▲ 책 <걸음아 날 살려라>

가을은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게다가 올레길이다, 둘레길이다 해서 걷기 열풍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은 없으니,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걷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걸어야 한다. 걸을수록 호흡이 편안해지고, 걸으면서 명상도 되고, 삶에 대한 열정과 새로운 인생구상을 할 수 있도록 잘 걸어야 한다.

몇 해 전에 사고로 허리를 심하게 다친 일이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 세도나에서 말을 타고 산을 오르다가, 말이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였다. 위험천만한 사고였지만 그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 새로운 걸음걸이, 장생보법을 개발하게 되었고, 덕분에 지금은 사고 당시보다 10년은 젊어진 기분이 든다.

내 걸음걸이를 발견하다

사실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내 몸에 신경 쓸 일이 별로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아프다고 하면, ‘왜 아플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건강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태권도, 합기도, 태극권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어서 그때 익힌 운동감각 덕분에 그동안 말에서 수없이 떨어졌지만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이번에도 말에서 떨어질 때 머리를 다치지 않기 위해 허공에서 몸을 회전하는 낙법을 취했다. 의도대로 엉덩이가 먼저 떨어졌지만, 공중으로 워낙 높이 솟았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상태라 자칫하면 황천길을 갈 뻔했다.

의사는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했지만 나는 내 상태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도 명색이 기수련 전문가가 아닌가. 뼈가 얼마나 부러졌는지, 발가락과 무릎은 움직일 수 있는지, 무엇보다 걸을 수 있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누워서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호흡과 진동수련이 전부였다.

나는 기분이 가라앉지 않도록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아주 살살 좌우로 진동해 보았다.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우두둑’ 하고 뼈 맞춰지는 소리가 났다. 잘하면 일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에 통증을 참으며 진동을 계속했다. 얼마나 아프던지 좌우로 5센티미터 정도를 움직이는 게 한강을 건너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렇게 온전히 몸에만 집중하던 어느 날, 나는 내 걸음걸이가 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의 박력 있던 걸음걸이가 아니라, 언제부턴가 허리를 뒤로 젖힌 채 발뒤꿈치로 걷는, 이른바 ‘회장님 걸음’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걸음만 변한 게 아니었다. 몸무게가 늘면서 동작도 느려졌다.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라고 하면 주위에서는 늘 “나이가 들면 다 그렇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차, 내가 나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 진짜 늙을 일밖에 없겠구나!’라는 자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내 몸과 좀 더 잘 놀아보기로 생각을 바꾸고 걸음걸이부터 연구해보기로 했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조심 걸으면서 자세와 각도를 달리했을 때, 몸의 느낌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세히 관찰했다. 주변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유심히 살폈는데, 그들 모두가 나의 임상 시험 대상자인 셈이었다.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걸음걸이가 달랐고 아가씨와 아주머니의 걸음걸이도 달랐다. 이들의 걸음걸이를 조금만 바꿔줘도 체형이 보기 좋게 변했다.

젊어지려면 발바닥 용천을 자극하면 걸어라

▲ 장생보법의 기본자세(출처=걸음아 날 살려라)

11자로 곧게 걸으면서 발바닥 용천을 지압하듯이 눌러주면 무릎과 고관절, 골반이 교정되면서 체형이 바로잡히는 것이다. 나는 새로 개발한 걸음걸이에 ‘장생보법’이라는 이름을 짓고 방 안에서도 걷고, 정원에서도 걷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서도 걸었다. 걸을 일을 계속 만들면서 열심히 걷다 보니 걷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몸도 몰라보게 가벼워지고 행동도 민첩해졌으며, 다친 허리는 거의 의식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60 한평생’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고,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선진국의 평균수명은 이미 80세를 넘었고 우리나라도 평균수명 78세를 기록했다. 또 미래학자들은 60년 후에는 평균수명이 120세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평균수명은 인간이 태어나 사망할 때까지의 물리적인 생존 기간을, 건강수명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산 기간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은 평균수명이 77세, 건강수명이 70세로 7년이 차이 나고, 일본은 평균수명이 82세, 건강수명이 74세로 8년이 차이 난다. 반면,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78세, 건강수명은 65세로 무려 13년이 차이 난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많이 날수록 노후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바야흐로 장수의 시대를 맞아 우리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라는 각오와 실천이다. 죽을 때까지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생 후반전을 위한 가장 든든한 밑천이며, 재산이 아니겠는가.

장수의 시대에는 새로운 장생의 철학이 필요하다.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원래 ‘불로장생不老長生’이라는 말은 우리 민족의 선도 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불로’는 늙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늙지 않게 한다’라는 적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장생’이라는 말도 그저 오래 산다는 뜻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며 오래 사는 것’이라는 현대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걷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물론 걷기가 최고의 명약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걸어야 하고, 신나게 걸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장생보법은 몸과 친해지는 방법이다. 용천과 발가락에 힘을 주며 걷는 장생보법은 뇌를 자극하는 걸음이고, 보통 걸음의 3배 이상에 해당하는 운동 효과가 있다. 몸과 놀고 친해지다 보면 우리는 몸이 가르쳐주는 새로운 지혜에 눈뜨게 된다. 자기가 가진 생명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그 생명을 가치 있게 사용하고 싶은 바람도 생긴다. 마음의 중심이 서게 되는 것이다.

장생을 위해 걸어라. 행복을 위해 걸어라.

우리는 대부분 별 생각 없이 그냥 걷는다. 자신의 걸음에 별 관심도 없다. 각자 자기 편한 방식대로 걸어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학교에서 특별한 걸음걸이를 배운 적도 없고, 발바닥까지 신경을 쓸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이 ‘걸음’을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매일 똑같이 걷는 걸음이지만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생각할 것이냐, 아니면 건강수단으로 생각할 것이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성격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진다.

똑같은 걸음도 ‘나는 걸으면서 운동을 하겠다’라고 마음먹으면 그냥 걸을 때보다 발바닥에 힘도 더 들어가고, 팔도 더 경쾌하게 흔들게 된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그냥 걸을 때는 습관대로 대충 걷게 된다. 걸음은 ‘이동 수단’도 되지만 ‘장생을 위한 건강수단’으로, ‘행복을 창조하는 기쁨의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

걸음걸이는 생명의 나이와 연결되어 있다. 걸음걸이를 30대로 찾아주면 30대가 된다. 나이가 들어서 근육이 늘어지고 뭉치면, 골격이 틀어지고 걸음걸이가 달라진다. 장생보법은 가장 순수하고 건강했던 어린아이의 걸음걸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원기 왕성한 아이들은 넘어질 듯 몸이 앞으로 쏠린 채, 발 앞쪽에 힘을 주어서 팍팍 내딛는다. 젊은 걸음걸이로 바꾸고 싶다면 21일간 장생보법으로 매일 걸어보라. 건강하고 행복한 느낌,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 기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 승 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