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은 함께 있어도 대화가 없었다. 부자간이지만, 왠지 거북했고, 서로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고민이 있을 때 아들은 엄마를 먼저 찾았다. 데면데면한 아들과 아빠. 집안 분위기가 썰렁한 게 엄마는 싫었다.

아빠와 아들이 올 3월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들은 고민이 있으면 아빠를 먼저 찾고 나중에 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아빠도 아들과 얘기를 하고 싶어 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유보윤 학생과 그 가족 이야기다. 유보윤 군이 지난 3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 변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유보윤 군과 어머니 김현정 씨를 지난 7월 5일 광주광역시에서 만났다.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었고, 예전에 비해 아빠와 대화를 더하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아빠가 더 대화를 하려고 하시더라고요. 가족 간 대화가 많아져 좋아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유보윤 학생.


유 군은 말문을 열기 전에는 말없이 얌전한 학생 같아 보였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준비해 놓았다는 듯이 바로바로 대답했다. 

유 군이 아버지와 진지하게 대화를 한 게 올 2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을 결정할 때였다고 했다. 그 후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아버지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어떤 아르바이트를 할 것인지, 어떻게 구할 것인지. 그리고 아빠는 아들이 일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으려고 이곳저곳 알아보기도 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학생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여 사회 체험을 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도록 아르바이트를 꼭 하도록 한다. 유 군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한 후 고깃집 두 곳과 레스토랑 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처음 해보았는데 식당은 다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몸은 힘든데 재미있었어요. 또래 알바생들과 친해지고, 재미 있는 손님이 오면 이야기도 하고. "

유 군은 아르바이트를 하여 첫 월급을 상당히 많이 받았는데 마음대로 쓰지는 못했다고 한다.

"아빠가 못 쓰게 했어요. 저축을 많이 했어요. 저축을 하니 뭔가 쌓이는 기분이 들어요."

아르바이트를 해도 시간이 남아돌았다. 공부는 어떻게 할까?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한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여 공부의 목적과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라 시간계획을 세워 공부를 하도록 지도한다.

"공부는 딱히 하지 않고 있어요. 영어를 하려고 해요. 검정고시도 있지만 학교에서만 하는 게 있으니 내년에 복학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학교에 있는 친구들과는 다르게 많은 체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재수하는 것처럼 다른 뭔가를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 

전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유 군은 자퇴를 했다. 유 군은 그대로 다닌다면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나중에) 허무할 것 같아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입학신청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기력하게 보내는 같았어요. 하지만  1년 남았는데 그만두는 것도 아까웠어요.  그러던 차에 벤자민인성학교에 가보라고 할아버지가 권하였어요. 엄마도 그렇기 바랐고요."

유 군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다니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한다. 그는 혼자서 사회 생활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예전에 학교에서는 무슨 공부를 언제 어디서 할 것인지, 운동은 언제 할 것인지, 다 알아서 짜주었다. 그런 학교를 그만 둔 지금, 그는 모든 것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부는 왜 하려는지, 무슨 공부를 하려는지, 공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시간관리도 체력관리도 스스로 해야 한다. 3월부터 4개월 동안 유 군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고, 공부, 아르바이트, 벤자민 프로젝트,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유형이라 최대한 바쁘게 시간표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3월은 잘 보냈어요. 이제 다시 시간표를 만들려고 합니다. 할 일을 찾고, 최대한 바쁘게 움직이려고요.  체력관리를 위해 푸시업, 물구나무 서기, 산책, 수영 등을 합니다. "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유보윤 학생과 어머니 김현정 씨.

벤자민인성학교에 다니는 장점으로 유 군은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체험을 한다는 것과 고등학교 시절에 만날 수 없는 많은 멘토를 만나는 것을 들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학생들이 외국어, 운동, 예술 등 지덕체 소양과목 및 자기관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1:1 관리와 교수, 변호사, 의사, CEO, 예술인 등 전문가 멘토링 교육도 병행 시행한다. 유 군은 멘토인 아마존 정글 마라톤 완주자 이동진 씨, 천문학자 박석재 씨, 신현욱 일지아트홀 관장의 강연을 듣고, 반도네오니스트 레오정의 탱고 연주회당에도 다녀왔다.

그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하는 1년 프로젝트로 어르신들을 위한 컴퓨터 앱 개발과 ‘자신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찾는 프로젝트’라니?

"지금 말하고 있는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를 확실하게 알고 싶어요. 그러한 나를 찾는 프로젝트입니다. " 

그는 1년 과정의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마치면 학교에 되돌아갈 생각이다. 그때 유 군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책임 있고 삶의 목표의식을 찾고 더 밝아지고,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상태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다시 가게 되도 목표가 있으니까 그 목표를 잡고 할 수 있는 학생이 될 거여요.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 취업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은 대학에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나만의 목표를 찾겠지요. " 

 자신에 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유 군에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했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