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양은 어렸을 때부터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노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습에 대한 압박감이 서서히 밀려왔다. 부모도 아이가 틀에 박힌 생활에 적응하면서 본래의 밝고 씩씩한 성격을 잃을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는 지혜와 부모에게 새로운 희망이었다.

벤자민학교 면접 보는 날, 지혜는 천안에 있는 국학원 단군산 둘레를 10바퀴 도는 대장정에 참여했다. 10바퀴를 2시간 안에 돌면 합격이었다.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 하는 마음이 순간 속에서 올라왔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둘레길을 돌았다.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은 비 오듯 흐르는데 ‘내가 벤자민학교에 들어가면 꿈을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지혜 학생.

입학하고 첫 번째 벤자민 워크숍 때 청년 모험가 이동진 멘토의 강의를 들었다. ‘도전하는 삶’에 관한 그의 얘기가 머리를 때렸다. 하고 싶은 건 많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는데, 이동진 멘토는 그냥 했다는 것이다. 

그래, 이거다. 우선 가장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을 맘껏 해보자. 4월 초부터 영어학원과 장구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첫 번째 도전이었다.  장구는 혼자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지금은 드럼도 배운다. 두 번째 도전. 드럼은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악기였는데 재능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전에는 누군가 시켜서 하라는 대로 했죠. 그런데 내가 알아서 시간표를 짜야 하니까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금은 내가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게 재밌어요. 일정대로 안 되면 '멘붕'이 올 때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유익하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그렇게 연습이 되는 것 같아요."

지혜가 바뀐 점은 그뿐만 아니다. 전에는 어머니가 뭘 해달라고 시키면 ‘싫어’, ‘안 해’ 하고 방으로 쪼르르 도망갔다. 그런데 요즘은 자기가 알아서 청소도 하고 어머니 식사까지 챙긴다.

"내가 이런 걸 할 줄 몰랐어요. 아마 일반 학교 다녔다면 절대 안 했겠죠. 내가 나를 봤을 때도 무척 신기해요."

어머니 이경림 씨도 지혜가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지혜가 남을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이 많이 살아났어요. 예전에는 모든 게 자기중심적이었죠. 엄마가 청소해라, 그릇 닦아라 하면 ‘나 싫어, 안 해’ 그랬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한 번도 ‘싫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얼마 전에는 아빠의 발을 씻고 마사지하는 활공(活功, 기운주기)을 했다. 아빠 발을 만지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아빠 발을 만져본 거는 처음이에요. 그런데 발이 너무 까칠하고 부어있는 거예요. 아빠가 이렇게 힘들게 돈을 버는데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 정말 감사해야 하겠다. 그런 생각이 난생처음 들었어요."

5월 엄마 생일에는 지혜만의 선물을 준비했다. 제빵 학원에서 배운 솜씨로 생일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드렸다.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지혜도 가슴이 뿌듯했다.

▲ 이지혜 학생의 가족 어머니 이경림 씨, 아버지 이명천 씨.

지혜는 요즘에는 수정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한다. 어머니의 지인을 통해 쇼핑몰 운영을 도와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시작했다. 수정 원석을 엮어 수정 팔찌를 만들고, 사진 촬영하여 쇼핑몰에 사진을 올리는 것까지 지혜가 담당한다. 

"제가 뭘 해서 돈을 번다는 게 특별한 체험인 것 같아요. '돈이 소중하구나!' 싶어요. 돈을 버는 맛이 뭘까 궁금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내가 직접 끼워서 만들어주니까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요”

세상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지혜의 꿈은 무엇일까.

"솔직히 아직은 못 찾았어요. 북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고 싶기도 하고, 수정 쇼핑몰을 운영하는 CEO도 되고 싶어요. 북을 치면 사람들을 신명 나게 해주잖아요. 같이 어울리고 놀면서 스트레스가 풀려요. 수정은 수정에서 나오는 기운으로 사람들을 힐링해 줄 수도 있어요. 어쨌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지혜가 북을 손에 잡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풍류도(춤과 음악, 기(氣) 수련을 접목한 한민족의 명상법) 센터에서 북 치는 걸 배워 외국 공연도 했다. 2009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홀에서 수천 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난타 공연을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너무 어려서 무슨 공연인지 잘 몰랐지만, 그냥 북 치는 게 신 나고 재밌었다고 한다.

이번에 지혜가 선택한 벤자민프로젝트도 풍류도 공연이다. 벤자민프로젝트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학생들에게 각자 한 가지 프로젝트를 선정해서 1년 후 발표하도록 하는 과제이다. 지혜는 벤자민학교 친구들과  풍류도의 난타와 한민족의 전통무예인 단무도를 합쳐서 공연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선보일까, 이것이 요즘 최대의 고민거리다.

전에 같으면 ‘안될 거야’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컸는데 지금은 일단 해보자, 해보고 안 되면 물어보자 ‘된다’는 걸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벤자민학교 입학 후 4개월 동안 지혜는 두려움을 넘어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지혜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면 좋을까, 아버지 이명천 씨에게 물어보았다.

"지혜가 모나지 않고,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계속 유지하면서 성장하면 더는 바랄 게 없어요. 그리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남을 돌보고 공헌하는 사람, 그게 바로 인성영재라고 생각합니다. 유엔에 가서 인류평화와 환경보전을 위해 활약하면 좋겠는데요. 그러려면 영어를 잘해야겠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