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육부 상태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간이 안 좋아진 것도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내 성격과 성향 때문이었죠. 인생의 중심가치가 달라지면 생각도 삶의 패턴도 달라져요. 내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 나의 중심가치를 찾는 것이 진짜 힐링이에요.”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던가.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의 80%가 스트레스에 기인한 심인성 질환이듯, 육체와 정신의 상호 작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진정한 건강은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데서 비롯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려면 무엇보다 심신의 연결고리인 기(氣)의 흐름을 회복해야 한다.

▲ 헤어디자이너 김은주 씨

지난 15일 단월드 청담센터에서 만난 20년 차 베테랑 헤어디자이너 김은주 씨(40)가 건강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원리를 따랐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나빠진 간 건강이 좋아진 것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리는 연단(鍊鍛, 한 동작을 일정 시간 동안 유지하면서 심신을 단련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수련법)을 꾸준히 한 덕분이었다.

“20대 때부터 간 쪽 옆구리를 두드리면 숨이 콱 막힐 정도로 아팠어요. 스트레스로 항상 간이 부어 있었던 거죠. 간이 안 좋아지니 위도 안 좋아져 위염, 위궤양이 생겼어요. 헤어 일을 하다 보니 오른팔이 안 올라갈 정도로 어깨도 굳어 있었어요. 한의원도 다니고 식이요법 하면서 위는 좋아졌지만 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어요. 성격이 안 바뀌니 내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계속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의 건강을 악화시킨 가장 큰 요인은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이었다. 다른 직원이 하는 일이 못 미더워 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남보다 몇 배 더 일하기 일쑤였다. 때로는 자신 같은 스타일로 일하기를 강요하기도 하고, 안 되면 돌직구처럼 화를 내뱉기도 했다. 몸의 피로와 마음의 화(火)가 건강을 해친 것이었다.

김은주 씨가 연단 수련을 처음 경험한 것은 수련 시작 후 일주일 정도 되던 날이었다. 연단이 뭔지도 모르고 45분을 했다. 혼자 하면 5분도 못했을 동작을 장시간 버틴 것이다. 온몸은 떨리고 팔도 끊어질 듯 아픈데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팔을 내리지 않았다. 원칙을 중시하는 그의 성격상 혼자 팔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항아리 연단 자세. 연단 자세를 통해 막힌 경락을 열어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마음을 관하는 힘을 강화할 수 있다.

“연단에는 여러 동작이 있는데 제가 한 연단은 항아리 자세였어요. 처음 하는 데다 몸이 굳어있다 보니 고통이 심했죠. 몸이 너무 아프니까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 올라가지도 않던 팔이 올라가면서 어깨가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졌어요. 연단을 통해 몸의 고통을 참다 보니 인내심과 포용력이 커져서 사람을 기다려주고 바라봐주는 마음의 힘도 생겼고요. 비로소 연단의 참맛을 알게 된 거죠.”

연단은 글자 그대로 쇠를 불에 불려 단련하듯 우리 몸과 마음을 강하게 단련하는 동작이다. 연단은 막힌 경락을 열어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근력을 강화하는 수련인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명상법이기도 하다.

그는 “살면서 몸에 집중해본 적이 없었다. 수련을 통해 몸을 되짚어보면서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으려고 하면 나를 돌아보는 명상을 한다. 항아리 자세 연단이나 와공(臥功, 누워서 하는 호흡 자세) 연단도 자주 한다”며 “수련으로 건강은 물론 성격과 말씨가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힘든 일을 상담하러 온다”고 했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서 중심이 잡히면 인생의 중심가치도 달라집니다. 이 세상에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 급한 일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일들은 없어요. 나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집착하게 돼요. 건강 상태는 항상 변해요. 초심으로 몸과 마음의 중심과 건강을 지켜나가세요.”
 

글/사진. 이효선 기자 sunnim0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