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선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설사 무엇을 원하는지 알더라도 그것을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제 인생으로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하려면 세상 모두가 옳다고 말하는 ‘그래야만 하는 것’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태수 군

이태수 군(17)은 용감하게 선택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친구들과 함께 고등학교에 가는 대신 1년 과정의 대안학교에 입학했다. 인성이 뛰어난 ‘인성영재’ 양성을 교육의 제1 목표로 삼는 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은 사라졌다.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태수를 지난 8월 18일 천안에서 만났다. 지난 3월 4일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뒤 1년 과정 중 절반을 보낸 태수는 용감하고도 대단했던 지난 시간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어떤 꾸밈이나 가감 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부모님은 내 인생의 최고 투자자"
벤자민학교 입학 허락받기 위해 21일간 매일 1,000배


태수에게 일반 학교에 다니던 때와 지금 벤자민학교에 다니는 것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더니 한마디로 정리했다. “남이 시키는 일을 그게 왜 하는 건지도 모르고 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걸 찾고 또 그걸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의 차이”라고 말이다.

“중학교 때는 많이 답답했어요. 학교, 교실이라는 공간에 갇혀 사는 것 같았어요. 하라는 것만 해야 하는데 그걸 왜 해야 하는지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으니까요. 뭘 해도 재미도 의욕도 없었어요. 애들하고 웃고 떠들어도 금세 또 답답했거든요.

그렇다고 지금 답답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요즘 정말 답답해요. 중학교 졸업하고 벤자민학교에 입학할 때 기대가 컸던 만큼 잘 해왔었는데, 최근 들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그런데 그 마음만큼 제가 실천을 다 못하는 부분도 생기니까 아쉬워요.”

▲ (왼쪽 사진) 이태수 군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생으로 지난 8월 12일 충남 천안 국학원 본원에서 열린 인성영재캠프에 참석해 벤자민학교 지원을 꿈꾸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학교에대해 설명하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른쪽 사진, 본인제공) 태수는 몸과 뇌를 깨우기 위해 매일 HSP12단(물구나무 서서 걷기)을 하고 있다. "88걸음까지 걸었는데 요즘은 자세를 바르게 하느라 숫자를 안 세서 몇 걸음이나 걷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웃어보였다.

태수가 부모님께 벤자민학교 입학 허락을 받아낸 일화는 1기 학생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있다. 아버지는 태수가 고등학교 대신 벤자민학교에 가겠다고 했을 때 일단 ‘반대’했다. 아들이 일반 학교생활을 더 충실히 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적 없이 12시간이 넘는 시간을 학교에서만 보내야 하는 생활을 더는 할 수 없다”며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조건부 승낙을 했다. 그 조건은 바로 21일 동안 매일 1,000배 절을 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BR뇌교육 두정지점에 이재숙 주트레이너님께서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나의 투자자라고요. 내가 신뢰를 주는 만큼 사람들이 나에게 투자한다는 말이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투자자는 바로 부모님이고요.

21일 동안 매일 1,000배씩 하는 게 힘들고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제가 그 약속을 지켜내면 아빠도 절 믿어주실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빠가 절 도전하게 해주신 것 같아요. 내가 선택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약속이니까 어떻게든 해내야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태수는 총 2만 1천 배의 절을 했다. 선뜻 해보겠다고 말을 하기도, 지켜내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어머니에게 말해 아버지께 입학 허락을 받게 해달라고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태수는 정면돌파했다. 약속을 지켜서 부모님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큰 약속을 지키고 얻어낸 벤자민학교에서의 1년. 그 절반이 지난 지금, 태수는 지금도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감은 없다. 대신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고민이다.

“큰 꿈은 정했어요. 제가 워낙 특이한 상상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왕이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뭘까 고민하다가 찾은 게 ‘광고’였어요. 그래서 우선은 광고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특히 ‘홍익인간 하라!’고 말하는 광고인 이제석 씨를 무척 좋아해요. 이미지 하나로 참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싶어요. 유럽처럼 역사가 오래된 곳도 가고 싶고, 역사 속에 대제국을 이뤘다가 지금은 그렇지 않은 나라도 꼭 가보고 싶어요. 왜 망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그런 나라들을 다니면서 그 역사와 문화, 정치, 사상을 체험하고 느낄 거에요. 그것들을 잘 담아와서 우리나라에서 정치로 펼쳐보고 싶어요.”

▲ 이태수 군이 가장 닮고 싶은 광고인 이제석 씨의 공익광고. 펼쳐진 사진(위)은 군인이 총을 겨누고 있는 평범한 이미지 이지만, 이 사진을 전봇대에 두른다면? 결과(아래)는 그 총구가 다시 자신의 머리를 겨누게 된다. 태수는 "기발한 상상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광고인 여행가 정치인…”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중요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광고인에서 나아가 세계 여행가로, 그리고 정치인으로의 꿈을 가진 태수. 전혀 다른 일같이 보이지만 태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는 어릴 적부터 한 뇌교육을 통해 품게 된 생각이라고 했다.

“엄마가 BR뇌교육 원장님이세요. 제가 1살도 되기 전부터 하셨으니까, 전 아주 어릴 때부터 뇌교육을 해온 거죠. 그러다가 학교에 갔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뇌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내 뇌의 주인이고, 내가 아주 귀하다고 여기거든요. 그만큼 남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내 것, 네 것, 내 자식, 네 자식 이렇게 계속 나누더라고요.

정치를 하고 싶은 이유도 그래서예요. 나만, 내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중요하다는 걸 정치로 알리고 싶어요. 이런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정당도 만들 거에요. 벌써 그 정당에 가입하겠다는 어른들도 있어요. (웃음)”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태수 군

이를 위해 태수는 지금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는 제10회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 다른 하나는 벤자민학교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 제작이다. 태수는 올해는 대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일 500배 절을 하면서 대상을 위해 정성을 들이고 있다.

벤자민학교 포스터는 우물(학교) 안의 개구리(학생)가 새(꿈)를 따라 지구라는 큰 세상으로 날아가는 내용이다. 태수에게 벤자민학교는 ‘꿈을 찾아가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컴퓨터학원을 다니면서 머리로 구상한 것들을 하나씩 그려나가고 있다.

“벤자민학교는 스스로 꿈을 찾아가는 학교에요. 꿈을 이룰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를 마련해주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분들이 계세요. 또 함께 꿈을 이뤄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정말 복이 많아요. 생각해보면 아직 스스로 시간관리 하는 부분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제가 원해서 다니는 학교에요. 후회하지 않도록 1년을 꼭 잘 보내고 싶어요.”

 

글/사진=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