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외모의 소유자이자 인기 추리소설 작가로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삼십 대 초반의 매력남 장재열(조인성 분). 그러나 사실은 침대가 아닌 화장실에 누워야 잠이 오는 강박증 환자이다. 가정환경에서의 상처를 스스로 억누르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분열증세를 보인다. 당당하고 화끈한 대학병원 정신과 펠로우 지해수(공효진 분)는 어렸을 적 엄마의 불륜을 접하고서 '관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의사인 동시에 불안증과 관계 기피증이 있는 환자인 셈이다. 이들은 이혼의 상처가 있는 정신과 전문의, 투렛증후군 일명 틱장애가 있는 이웃사촌과 함께 산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는 마음의 병을 극복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정신과 의사들을 주축으로 한 일상이 전개되면서 많은 환자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의사를 비롯해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조차 내면에는 깊은 상처가 있다는 모습이 그려져 공감을 얻었다. ‘괜찮아. 사람이야’, 즉 사람이면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위로를 주기도 했다.

▲ 사진출처 = SBS 홈페이지

드라마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논란은 덮어두고서라도,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정신질환에 대하여 좀 더 가깝게 접근하도록 한 데에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정신질환자를 경계하던 예전과는 달리 '우울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치료될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뇌와 신체의 변화

주인공인 장재열과 지해수가 충격을 맞닥뜨리고서부터 병증이 시작되었듯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은 신체는 물론 두뇌에도 큰 변화를 일으킨다.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스트레스에 대해 잘 알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적 스트레스에서 가장 일차적으로 강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기억인데, 이는 '편도', '해마' 등과 많은 연관이 있다. 편도는 뇌 중심부의 대뇌 변연계에 존재하는 아몬드 모양의 뇌부위로 감정과 공포에 대한 기억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졌다. 해마 역시 뇌 중심부에 있어 편도 가까이 자리한다. 감정적인 기억을 하는 편도와 맥락을 고려하는 해마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이성적인 사고보다는 감정에 압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심한 외상이나 과도한 만성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의 뇌에서는 해마와 편도체의 협력적인 관계가 편도체 우위의 관계로 변화된다. 편도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과도하게 분비되는 코티솔과 글루타메이트라는 물질로 흥분되고 활성화되는 반면, 해마는 손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코티솔은 단기적으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사람을 각성시키고 활성화 상태를 만든다. 그 상황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러나 코티솔이 과도하게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뇌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해마가 직격탄을 맞는다. 해마에는 코티솔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많이 있어 활동을 조절한다. 그러나 코티솔 생산이 과도하게 오래가면 수용체 자체가 활동을 멈추게 된다. 그 결과 해마의 기능도 위축되고 기억능력이 저하된다. 해마는 앞뒤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억하도록 돕는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해마가 망가지면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정리해서 볼 관점을 형성할 수 없다.

 

반면, 편도체는 위축되는 대신 과민해진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위험한 상황에서 다른 걸 생각하지 않고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편도체가 과민해지면 더 급하고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격, 방어, 도피 등을 위해 자율신경계의 교감부가 활성화되는 생리학적 반응인 ‘투쟁-도피’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편도체는 과도하게 흥분되면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경험한 일을 일반화시킨다. 전쟁에서 싸웠던 많은 참전용사는 일상에 복귀하고 나서도 폭발음을 들으면 지나치게 반응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다. 예를 들어 불꽃놀이가 있을 때도 그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폭발음을 듣는 순간 폭탄이나 총상이 떠오른다. 그의 편도체가 투쟁-도피 반응, 즉 잘못된 경보를 울리기 때문이다.

또한, 몸에 항산화제가 충분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때 분비되는 물질이 세포벽에 구멍을 내고 세포를 찢어 죽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신경세포 사이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는 위축되어 연결이 끊어진다. 결국, 생각과 감정이 더욱 경직되면서 현명한 판단이 어려워진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누구나 겪는 일이다. 우리가 완벽하게 피할 수 있거나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불안은 꽤 유용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약간의 긴장감이 있어야만 일에 더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고, 상황 판단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적당한 정도의 불안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변화한다는 신경가소성에 최적의 상태를 만든다는 것이 신경과학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흔히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하려고 한다. 상황에서 탈출하거나 미루려고 하는 회피가 단기간의 공포를 줄이는데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습관이 되어서 다음에도 피하지 않고 저항하기 어렵게 한다. 또한, 불안하게 만드는 것을 피하면 활동이 제한되고, 이 때문에 불안한 상황이 더 늘어나면서 더 많이 회피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너무 도망가려고 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대응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럴 때 더욱 건강하고 활력적인 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내 몸의 주인은 나’, 내 몸 길들이기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편도체 길들이기'의 핵심은 회피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다. 과거에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에 직면하여 그 상황에 노출되는 경험을 반드시 해야 한다. 불안을 유발하는 환경에 다시 맞서서 상황이 반드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대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자신을 변화시키고 익숙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호흡도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흥분시키는 역할의 교감신경계와 이완시키는 역할의 부교감신경계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호흡의 변화는 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다른 감정 상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대부분 안정적일 때는 분당 9회에서 16회 정도로 호흡하고, 불안을 느낄 때 호흡수가 증가한다. 너무 빠르게 숨을 쉬면 복부 근육이 땅기고 흉부 강이 좁아진다. 이때는 호흡이 빠르고 불안해져서 빨리 말하는 경향이 있으며 편히 숨을 쉬지도 못한다. 뇌와 신체에 생리적 변화도 가져온다. 호흡수가 빨라질수록 마비감, 따끔거림, 입 마름, 현기증을 포함한 공황 발작과 연관된 많은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심혈관계는 호흡계와 순환계 둘 다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호흡이 빨라지면 심박동 수가 증가하고 불안감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호흡을 천천히 하면 심박동 수는 낮아지고 근육은 더 이완될 것이다.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안정하는 호흡법을 익히는 것이 도움된다.

전두엽 활성화와 정보처리 바꾸기

뇌의 가장 맨 앞에 위치한 전전두엽은 집중력과 감정 조절 기능을 통해 중요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한다. 밤늦게 혼자 있는데 창을 덜컹덜컹 흔드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해보자. 즉각적으로 경계한다. 이는 투쟁 도피 반응이 시작되고,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된 것이다. 전전두엽은 그 소리에 관심을 집중하고, 해마는 창밖의 날씨를 파악하며 이것이 단지 바람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전전두엽은 편도체에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을 이끄는 뇌 회로가 활동을 중단한다.

우리가 경험할 때 이를 받아들이는 전전두엽의 정보처리를 세 가지 범주 - 자동적 사고, 가정, 핵심 믿음 - 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정서적인 어조와 관점을 바꾸는 것으로 잠재적으로 뇌를 재배선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동적 사고가 있다. 순간적으로 마음에 떠오는 것으로 보통 습관적으로 하는 혼잣말과도 같다. 어떤 자동적 사고는 의식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낯선 사람이 많은 방으로 들어갈 때 '여기 맘에 안 들어.' 또는 '싫어!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를 '아 좋군, 새로운 사람이 많네. 흥미롭다.'라고 말해 보는 것이다. 적응을 도와주는 혼잣말을 함으로써 뇌가 받아들이는 관점이 달라진다.

가정은 핵심 믿음과 자동적 사고 사이에 있다. 자동적 사고를 바꾸는 게 가능한 것처럼, 걱정 대신에 건설적인 현실로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낯선 사람의 방에 들어설 때 '약간 쑥스러울지도 몰라,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신 나는 일이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핵심 믿음은 우리 자신과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광범위하게 일반화시킨 믿음이다. 부정적 핵심 믿음은 '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결함이 있는 사람이다.'와 같이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좋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나와 잘 알게 되면 좋아질 것이다.'라고 핵심 믿음을 되풀이하는 것이 도움된다.

 

불안을 잠재우는 명상

과도하게 염려하는 경향이 있다면, 문제 상황에 집착하는 대신 단순히 관찰하는 것도 좋다. 명상은 감정과 욕망을 바라보게 해주고 뇌를 안정된 상태로 만들어 준다. 그러나 명상 초보자에게는 자리에 조용히 앉아 집중하는 명상법이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 도움되는 것이 자석을 들고 하는 자기명상(magnetic meditation)이다.

자석은 송과선, 뇌하수체, 갑상선, 부신 등 내분비계의 중요한 호르몬 샘의 기능을 개선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기요법의 원리를 증명하는 공인된 학설은 없지만, 특정한 질병이 치유되거나 호전되었다는 임상결과는 동서양에서 발표된다. 자석이 만들어내는 자기장에 의해 혈액과 기의 순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명상은 특히 생체 자기장과 뇌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체 자기장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고 동시에 눈을 감고 자력감에 집중하면 뇌파도 심신의 이완을 가져다주는 알파파 상태가 된다. 이때 자연치유력은 더욱 활발해진다.

자석과 함께 내 몸과 노는 기분으로 명상을 해보자. 척추를 바로 세우고 자리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호흡을 고른다. 자석을 양손에 쥐고 팔을 벌렸다가 오므리면서 밀고 당기는 미세한 힘의 변화를 느껴본다. 집중되면 자석으로 가슴 부위를 가볍게 두드려 주거나 가슴에서 작은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린다. 가슴이 시원해지고 막힌 것이 뚫리는 느낌이 난다. 의식이 이러한 느낌에 집중할 때 불안과 공포에 대한 잡념이 사라지고 의식적인 안정감과 감각이 깨어난다.

도움받은 책. <당신의 뇌를 리셋하라!> 존 아덴 지음. <자기명상> 이승헌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