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지금 학교현장의 인성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청소년이 바라는 인성교육은 어떤 것인가?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인 김상훈 군과 신채은 양, 그리고 올해 대안학교에 진학한 신민서·이영신 양 네 명 학생의 경험과 솔직한 의견을 들었다. (이하 김상훈 군은 ‘김’, 신채은 양은 ‘신1’, 신민서 양은 ‘신2’, 이영신 양은 ‘이’로 표기함)

▲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인 신채은 양(왼쪽)과 김상훈 군(오른쪽).


(신2) 모든 초점이 공부에 치중되니 자기를 돌아볼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성적으로만 평가되다 보니 자아가 망가지는 기분이다.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패배자처럼 느껴지고 자신에게 상처 주는 일이 많다.
(이) 아이들은 막연히 학교가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바꿀 방법이 없을 거라고 포기한다. 실제 주변 어른들도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김) 바뀌어야 할 부분이 정말 많지만 단지 교육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지 않나?
(신1) 학생들이 목적을 모른 채 서로 경쟁하고 결과로 대우받으면서 열등감 또는 자만심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이 너무 당연해서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학교의 목표는 ‘일단 대학가기’같다. 아이들이 상담시간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도 선생님은 일단 대학에 갈 성적부터 만들어보라고 이야기한다.

▶ 학교 내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나.
(신2) 공부가 기준이 되고 공부 때문에 인격모독을 경험하기도 한다. 수업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면 그건 학생 개인책임이 되고 방치되기도 한다.
(신1) 통틀어 일반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학교 내에서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수업과 성적 올려주는 것밖에 없다보니 선생님들도 어쩔 수 없어 보일 때가 있다. (김)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느껴진다. 학교는 대학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니 우수 학생을 따로 불러 상담하는 경우도 많아 선생님과 더 친해지기도 한다. 정작 관심을 받아야 할 친구가 담임선생님에게서조차 관심을 받지 못할 때 걱정된다.

▶ 인성이 존중되는 수업을 받은 경험이 있나?
(신2) 보통 시詩에 관한 수업을 하면 선생님이 칠판 가득 쓰고 ‘여기서는 이런 감정을 표현한 것이고 시험에 이것이 나온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내가 만난 국어선생님은 몇몇 모둠으로 나누어 토론해서 각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자유롭게 말하고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도록 했다. 어려워하는 친구가 있으면 모둠끼리 도와서 해결하도록 했는데 그 과정이 좋았다. 처음으로 내가 지식을 받아먹는 기계가 아니고 의견을 내는 사람이구나 느껴졌다. 하지만 선생님 답이 더 정확할 텐데 왜 토론하는 시간이 필요한지 불만인 아이들도 있었다.
(김) 우리도 토론수업이 있다. 하지만 의견대립이 팽팽하지도 않고 몇몇 학생만 발표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구경하다가 투표만 한다. 그 속에서 인성을 배울 기회는 없었다. 이건 단순히 수업형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진행하는 선생님과 참여하는 학생들의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다.

▲ 올해 고교 자유학년제 대안학교에 진학한 이영신 양(17세,왼쪽)과 신민서 양(19세, 오른쪽)

▶ 학교에서는 각 ‘교과수업 교안’에 인성관련 덕목(예: 배려심, 효, 예절)을 반영한다.
(신1)가끔 인성이나 자기 성찰을 말하는 선생님이 계시지만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진 않다.
(신2)시험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선생님은 진도에 치중하고 학생들은 시험에 나오느냐만 관심이 있다. 인성적인 부분까지 끌고 갈 여유가 없다.
(이) “인사를 잘해라, 인사가 예절이다”이런 정도.
(김) 윤리과목에서 그런 덕목을 그저 하나의 지식으로 전달한다.

▶ 진로교육에서 자기 자신을 판단해 볼 시간이 주어진다는데
(신2) 첫 수업 때 카드를 가지고 나의 목표를 세우는 수업을 한 이래 매 시간 대학입시정보만 주었다. 수시전형을 위해 준비할 것들, 자소서(자기소개서) 쓰는 법 등. 나중에 아이들이 잠자거나 자습을 했다.
(신1) 진로가 중요한 우리에게 진로시간이 자습시간이 되어버린 것 자체가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 학생들은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나
(이) 학생들은 실제 경험이 없어 어떤 게 인성교육인지 잘 모른다.
(신1) 지금 학교제도 안에서는 인성교육을 받아들이고 활용할 여유가 없다. 인성 말고도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정말 많은 상황이다.
(김)인성은 접하는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학생들이 쉽게 접하는 SNS 같은 매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우선 같다.
(신2) 솔직히 교육시스템이 바뀌면 좋겠지만 갑자기 바뀌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목표를 잡아 나를 이끌고 갈지 알면 답답하거나 방황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스스로 패배감을 느끼는 것은 덜 들 수 있을 텐데 그런 힘을 기를 시간도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니까 더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