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전 유엔대사는 2014년 12월 북한인권 문제를 다룬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북한 주민은 그저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에 분단의 아픔을 토로한 명연설로 유명하다. 그는 다자외교전문가로 38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다. 주UN대사, UN경제사회이사회 의장 등 유엔 대표부만 네 번을 거쳤다.

지난 13일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지구경영학과 초청으로 ‘세계시민교육과 글로벌이슈’를 주제로 강연을 마친 오준 전 유엔대사는 기자가 요청한 서면인터뷰에 자신의 신념을 꼼꼼히 적어 보냈다.

▲ 지난 13일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지구경영학과 초청으로 특강을 하는 오준 전 UN대사.

- 세계시민교육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필요합니다. 관심 있는 소수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공교육 안에 정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공교육에 정착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세계시민교육에 중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 차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한 거죠.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그러한 취지를 교육 정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본격적인 세계시민교육이 이루어지려면, 많은 국민이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그러한 방향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선거 등을 통해서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 지구가 당면한 인류 문제 해결에 대해 인간의 뇌가 가진 창의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지금 시점에서 인간의 뇌를 올바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관점이나 철학을 부탁드립니다.

“인간에게 두뇌는 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우리가 손발이나 팔다리를 잃어도 자신의 정체성에 변화가 없지만, 두뇌가 손상되거나 치매에 걸려서 뇌세포를 잃게 되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인류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함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인류 문명의 발전이 가능했던 것도 우리의 두뇌 지능이 동물들과 달랐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면 두뇌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시킬 수 있는지는 의학의 과제이기도 하고 선禪이나 명상과 같은 의학 외부의 과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 오준 전 UN대사는 13일 특강 전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방문, 학교관계자와 학생들과 이야리를 나눴다.

- 세계시민이란 어떤 사람라고 생각하시는지. 세계시민성을 특정 짓는 요소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지.

“세계시민이 어떤 사람이냐에 대하여 정답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세계정부라는 것이 없죠. 인류의 개개인이 자기가 속한 국가의 시민인 상황에서, 세계시민이라는 것은 자기 국가와 민족만을 생각하지 않고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느끼고 세계 전체의 차원에서 가치관을 갖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처럼 세계화된 시대에는 세계 전체에 중요한 것이 각각의 국가와 민족에게도 중요한 경우가 많으니까, 과거보다는 세계시민이 되기가 쉽다고 하겠습니다. (오 대사는 강연에서 기후 변화, 테러, 국제난민 등을 21세기 새로운 지구적 과제로 손꼽았다.)

국가와 국가가 제로섬 경쟁에서 ‘너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나에게는 손해가 된다’는 명제가 보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던 상황에서는 ‘세계시민’이라는 표현 자체가 단순히 이상적인 희망을 표현한데 불과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세계시민교육이 유엔의 고유목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라는 확장된 정체성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오늘 강연한 대학원(UBE)에서는 올바른 뇌 활용을 통해 ‘나는 지구시민이고, 지구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지구경영자’라는 지향점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뇌교육이 지향하는 바에 대한 의견은?

“모든 사람이 '세계시민으로서 확장된 정체성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뇌교육에 관해 상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뇌교육에서 '나 자신이 지구시민, 지구경영자'라는 지향점을 갖는 것은 세계시민교육과 상당한 합치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시민이라는 정체성으로 의식을 확장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지.

“교육이죠.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것을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고향, 국가, 민족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굳어지면 의도적으로 다른 인종이나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존중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래서 어릴 때부터 보편적 가치와 다양성 존중이라는 세계시민의 소양을 갖추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오준 전 UN대사는 특강 전 국내 최초 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의 성장스토리에 귀기울이는 오 전 대사.

끝으로 기자는 강연에 참석한 대학원(UBE) 지구경영학과 박사과정 중인 이윤성 교사가 부탁한 질문을 오 전 대사에게 전했다. 이에 대해 오 전 대사는 대한민국 학교교육에서 남과 공존하고 협력하는 것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현재 충북 형석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고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입니다. 우리 학교현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만 바라는 입시중심 교육입니다. 학교도, 학생도 세계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가질 환경이 아닙니다. 지금 세계시민교육방식이 대부분 인지적 정보중심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에서 뇌교육기반 세계시민교육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뇌교육 명상 체계과정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가치를 지구시민이라는 관점으로 확장하는 변화를 봅니다. 이런 변화가 필요할 텐데, 대한민국 학교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지.

“제가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서 교육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지나치게 학습 교육 위주이고 또한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학년 교육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남들과 공존하고 협조하는 것이 중요함을 가르치는 인성 교육이 보다 강화되어야 하고, 남들을 경쟁의 대상보다는 협력의 대상으로 볼 수 있도록 동질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