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없었다. 자존감도 낮았고 겉으로는 밝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남들에게 안 좋은 시선을 받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나에게 '가짜 포장지'를 씌웠다. 그렇게 해야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나'는 별로라고 생각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벤자민갭이어 1기 졸업생 이경은 양 <사진=황현정 기자>


 처음 만난 사람도 기분이 좋아질 만큼 밝은 미소를 지닌 이경은 양(21세, 인천)의 웃음 뒤에는 남모를 속사정이 있었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했던 이 양은 그들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는 데 익숙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서로 도와주며 의지하는 학교 생활을 기대했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입시 경쟁이 치열해 서로 미묘한 눈치 싸움을 했다. 또 평생 나를 사랑해줄 것만 같던 친구가 돌아서는 것을 경험하고 모든 인간관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에게 사랑받는 것에만 익숙하다가 이런 상황에 직면하니 허무했다. 항상 남에게 의지하다가 나에게 집중하니 혼란스러웠다. 고민 끝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왜 살아야 하는지 알기 위해 2015년,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경은 양은 벤자민학교에서 ▲명상 ▲국토종주 ▲글로벌 리더십 과정 ▲성장 스토리 발표 등을 통해 내면에 집중하고 한계를 넘으며 자신에게 씌워진 포장지를 하나씩 벗겨 냈다. 

“벤자민학교는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시간 여유가 많아 자연스레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 나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내가 언제 행복하고 뿌듯한지 알아차리는 감각이 생겼다. 

인천에서 천안까지 100km를 걷는 프로젝트를 할 때는 매 순간이 고비였다. 그때마다 ‘포기하지 말자’를 선택하며 결국 끝까지 완주했다. 이로 인해 자신감과 자존감이 커졌다. 

▲ 경은 양은 벤자민학교 재학 당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인천에서 천안까지 걷는 국토종주 프로젝트를 꼽았다. 그는 국토종주를 하며 끈기와 협동심을 길렀다. <사진제공=이경은 양>

미국 애리조나 주의 세도나에서 9박 10일간의 글로벌 리더십 과정은 나의 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그들의 문화를 알아가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속 도전하며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벤자민학교는 진짜 ‘나’로 살아가는 시작이다. 일반 학교의 경쟁 시스템 속에서는 주변에서 시키는 것만 했다. 학교 과제, 시험, 공부, 인간관계 등 할 일이 너무 많아 내 목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 벤자민학교 1년 동안 외면하고 있던 나를 마주하며 인생의 주인으로서 삶을 시작하는 첫 발판을 마련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뇌활용 프로그램 중 하나인 '명상'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활동 중 하나다. 이경은 양(오른쪽에서 두번째) 양이 벤자민학교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명상하고 있다. <사진제공=이경은 양>

벤자민학교를 졸업한 경은 양은 10대가 아닌, 20대 청년이 되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난 그는 자신의 꿈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 청년들의 인생 설계 프로젝트 ‘벤자민갭이어’에 도전했다. 

“벤자민갭이어에서는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았다. 독서∙시사 토론 등을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명상, 연극 프로젝트 등을 하며 그 전에 안보였던 또 다른 나를 보게 되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벤자민갭이어 인천학습관 청년들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시사토론, 독서토론을 하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사진 제공=이경은 양>

내 상태가 어떤지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는데, 벤자민갭이어에서 그 감각을 확실히 깨우게 되었다. 예를 들면, 뇌활용 B.O.S.(보스, Brain Oprating Systems) 중 ‘정신 차려라’는 말을 벤자민학교에서 경험은 했지만,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다. 후에 이 말이 나의 감정 상태를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를 이해했을 때 비로소 보스 법칙을 몸소 실천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벤자민학교 3기 후배의 멘토로서 아이들을 이끌어 주는 활동을 하고, ‘국가∙인종∙종교를 넘어 우리는 하나다’라는 지구시민 의식을 전달하는 강사로 활동 하면서 자신감, 책임감 등이 커졌다.

누군가의 멘토로서 또는, 선생님으로서 조언하고 가치관을 전달하는 입장이 되면 한 단계 더 앞서서 생각하게 되고, 수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생겼다. 또 매 순간 나부터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해야 지구에 도움이 될지 고민했다.”

▲ 경은 양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벤자민갭이어 1년동안 지구시민 강사 활동을 했다. <사진제공=이경은 양>

뇌활용 인성교을 통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경은 양은 ‘나’로부터 시작해 ‘주변의 다른 사람’ 그리고 ‘지구’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이유로 뇌교육 안에 담긴 대한민국의 중심 철학인 ‘홍익인간’을 꼽았다. 

“뇌활용 인성교육에는 모두 함께 잘 살자는 ‘홍익인간 정신’이 들어있다. 나에게 먼저 집중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 이어 그들이 나처럼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천하게 되고, 동시에 내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동하게 되었다. 그 감동이 점점 커져 세계로 나가는 것 같다.

뇌교육은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알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에게 초점이 맞춰진 인생에서 '나'로 바뀌었을 때 비로소 우리 뇌는 자유로워진다. 그때 자신감과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은 양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대한민국 사람들은 ‘분위기’를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가정할 때, 일반 학교 학생들은 눈을 감고 뛰는 것 같다. 내 주변 친구들은 늘 부정적이던 내가 긍정적이고 밝게 변하니까 놀라워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 시선 때문에 '입시-대학-취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난 그들이 눈을 뜨고 방향을 잡으며 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하고, 원하는 꿈을 찾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강연을 하고, 문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 나와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구상하고 있다. 지금은 서로 소통하고 통찰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소통찰력’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이외에도 길거리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버스킹 강연’도 하려 한다. 평상시에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명상을 자주 하고 있다.

최근 ‘YOLO’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다. 말 그대로 ‘한 번뿐인 인생’인데,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원하는 것을 도전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글. 황현정 기자 guswjd7522@naver.com   사진. 황현정 기자, 이경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