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어떻게 하면 발달시킬 수 있나요?

 

교사연수나 학부모 대상 뇌교육 특강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질문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뇌를 어떻게 하면 발달시킬 수 있나요?’가 아니라 ‘지금 나는 나의 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라고.

 

우리들은 평상시 뇌를 심장이나 간, 신장처럼 생물학적 기관으로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심장이나 간, 신장은 문제가 있으면 이식을 한다. 이제는 인공심장을 장착하기도 한다. 하나의 장기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내세(來世)에 영혼이 잠들 육체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미이라를 만들었다. 영화에서 보면 미이라를 만들 때 모든 내장을 꺼내어 없애지만 심장만은 절대 제거하지 않았다. 뇌는 어떻게 했을까? 코를 통해 쇠꼬챙이나 빨대로 흡착해 제거해버린다. 왜냐하면 이집트인들은 심장을 감정과 사고, 의지와 마음가짐을 좌우하는 생명의 근원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뇌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

 

신체기관을 바꾸는 것과 뇌를 바꾸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인체에서 유일하게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기관인 ‘뇌’를 바꾸면 사람이 바뀌는 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음’ 작용의 본질이 심장에서 뇌로 바뀐 것은 인류과학의 위대한 산물이다.

 

물론 몸이 없는 마음의 작용은 어불성설이다. 뇌는 외부로부터 정보를 입력받아, 처리해서, 출력하는 이른바 정보처리기관이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외부 자극을 통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마음의 기제, 즉 뇌는 변화한다. 신체적 움직임, 감정의 어우러짐, 인지사고 영역의 변화로 마음이 발달한다. 뇌는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내가 움직이고, 감정을 주고받으며, 학습하고 경험하는 내 인생의 투영인 셈이다.

하지만 성인들에게 뇌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쭈글쭈글한 뇌 형상을 얘기한다. 어릴 적 뇌교육을 배운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어떨까. 밝다, 무겁다, 우울하다 등등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다. 무의식적으로 뇌를 생물학적 기관으로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뇌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뇌교육의 핵심원리 중 하나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의 뇌 만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존재는 없으며, 태어난 이후 이토록 많은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 역시 단연코 없다. 집중과 몰입,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 또한 인간의 고등정신 능력이다.

 

인간의 뇌는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뇌는 변화한다’라는 기제가 뜻하는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존재이다. 인간 뇌의 신경망의 커다란 장점은 훈련과 경험을 가지면 매우 능숙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시작은 어렵지만, 반복적 입력이 들어가면 숙련된 학습구조를 가지는 셈이다.

 

또한, 뇌를 가진 다른 척추동물들은 시간이 흘러도 주변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지만, 인간은 머릿 속에 떠올린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창조적 능력으로 인하여 시간의 흐름 자체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가 마냥 좋기만 한 걸까?

 

시간의 흐름이 움직임만 느리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아, 저 사람 너무 경직되어 있어’, ‘고리타분해’, ‘사고틀이 강해’라는 얘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신경망의 강화와 패턴화는 생각과 사고의 유연함 등 ‘의식’이란 측면에서 보면 자칫하면 하나의 ‘고착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덜해지는 것을 단순히 느려지는 뇌발달 속도와 노화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살아가는데 익숙해지면 안 된다. 삶의 무료함을 느끼고 현재에 안주할 때, 언제나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나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무언가가 없는 삶이라 뇌가 인식할 때, 바로 그 순간 뇌세포는 소멸되어가고 우리의 뇌기능은 약해져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지금 나는 나의 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매주 화요일에는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의 알수록 신비롭고 재미있는 인간의 뇌와 뇌교육에 대한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글.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 <브레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