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나는 전 세계 교장 중에 제일 복이 많은 교장입니다.” 

[바로가기 ▶ 1부 "나는 나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학생들!]에 이어서 

▶ 벤자민학생들에게는 어른 친구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친구는 나이 개념이 없잖아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을 봐도 그렇지요. 멘토들이 학생들에게 어른 친구가 되어줍니다. 멘토는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지원해 주니까 만남 자체가 기쁘고 기대됩니다. 어른들에게 실망했던 마음이 회복되는 계기가 되지요. 

이 관계가 아이들이 성장 발달과 진로를 찾는 데 굉장히 도움되요. 청소년이 지역사회에서 어른들을 신뢰할 때 그 사회가 정말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죠. 아이들이 멘토를 통해서 공동체를 신뢰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아~ 믿을 수 있는 어른들이 많네.” 이렇게 되는 겁니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은 반드시 경험과 체험으로 생기게 되는데 그 경험과 체험이 굉장히 어린 나이에 힘이 되어주는 방식으로 생기니까 삶을 살아가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죠.

▲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는 교수, 사업가, 예술인 등 각계 전문가 1,000여 명의 멘토가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 성악가 조미경 교수, <학력파괴자>를 쓴 정선주 작가, 화가 안남숙 멘토)

▶어릴 때 할머니 손에서 동네 어르신들 틈에서 자라서, 어르신을 대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벤자민 멘토가 아이들에게 그런 분들이군요. 참 훌륭한 제도네요.  

학생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이제까지 만나본 적이 없는 새로운 사람이면서, 무언가 자기에게 모델을 보여주는 사람인거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을 혼자 떠난 학생이 있어요. 

누굴 믿고 간 거냐면요. 멘토를 믿고 간 겁니다. 한국에 있는 멘토와 카톡으로 계속 정보를 주고받으며 성공한 겁니다. 학생이 멘토와 주고받은 카톡이 3,000톡이었다고 합니다. 혼자 800km 완주를 성공한 학생의 자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요. 멘토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한 학생은 사진작가 멘토와 만나서 함께 해변에 가서 사진 찍고, 사진전에 공모하라고 해서 했는데 입상을 했습니다. 정말 좋은 만남이지요?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직업체험(아르바이트)를 필수로 하는데, 그 체험이 아이들 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세상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과 자립심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 어려움에 부딪힐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부모님이 얼마나 힘드셨는지 알게 됩니다. 다른 또래들보다 10년 일찍 철드는 겁니다. 

인성교육을 할 때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알게 하려고, 시낭송을 시키거나, 영화를 보여주거나, 책을 읽게 하는데, 저는 그냥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르바이트를 1주일만 시켜보세요. 그냥 알게 됩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정말 힘들고, 사회시스템에 맞추어야 하잖아요. “나는 이렇게 며칠만 해도 힘든데 부모님께서는 수십 년간을 묵묵히 해 오시면서 힘들다는 얘기도 안하시고. 우리 부모님이 평범한 분인 줄 알았는데,  너무 너무 위대한 분이십니다.” 아이들이 입에서 이런 말이 절로 나옵니다. 

올해 3월 3일 열린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 입학식에서 대표 멘토들과 만나는 학생들.

▶부모님을 고마운 분을 넘어서 위대한 분이라고 한다구요. 굉장한 변화입니다. 

선생님들도 가장 감동을 많이 받는 대목이에요. 학생들이 하루 만에 아르바이트에서 쫓겨나고, 세상이 너무 냉정하다고 느끼고 자신을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보게 되지요. 그 다음에는 생각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포기할까? 아니면 나를 바꿀까?” 그리고 선택하면 표정도 바꾸고 노력하게 되고 칭찬을 받으면서 하게 됩니다. 대전의 한 식당 사장님은 벤자민 1기생에게 감동받아서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벤자민학교 학생만 계속 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단단해지고 스스로 이제 어디 가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해내는 힘이 생깁니다.

▶요즘 가족갈등이 심각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데요. 벤자민학교가 가족갈등 해결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겠습니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부모와 대화를 안 합니다. 학업스트레스 때문에 대화를 피합니다. 또 공부이야기를 들을 테니까요. 근데 벤자민학생들은 학업스트레스가 없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있는 체험을 하니까 그런 이야기를 누구에겐가 하고 싶은 거예요. 

집에서 부모님한테 자기가 했던 일을 먼저 이야기하는 겁니다. 내가 이런 일을 했고, 내 친구들이 도와줘서 고마웠고, 아르바이트를 갔더니 어땠고 이런 식으로. 부모님에겐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겁니다. 정말 감동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벤자민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행이나 국토종주를 부모님과 함께 하시면 아주 행복한 시간을 함께 만드는 사례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성적을 가지고 아이를 봤는데, 벤자민에 와서 보니까, 인사 잘하고, 약속도 잘 지키고, 부모님 어깨도 주물러주고, 자신이 정한 목표에 집중하는 모습이 칭찬할만한 건데 그걸 모르고 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변하니까 부모님이 변합니다. 주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지요.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3개월간 아르바이트 활동을 통해 경제개념을 배우고 자립심을 기르는 활동을 한다. 국토종주나 외국여행, 외국어 공부 등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학생들이  직접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마련한다.

▶그래서 자연히 형제, 자매의 입학이 많아지는군요. 

4명이 형제자매가 모두 벤자민에 입학한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는 갭이어과정, 둘째와 셋째는 함께 벤자민 2기, 그리고 막내가 이번에 병행제로 들어왔어요. 벤자민학교에서 형이 변하니까 동생은 자연스럽게 나도 갈래요 하는 겁니다. 사이도 좋아지고요.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1년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무엇이 가장 많이 변합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을 주는 건 커진 자신감입니다. 늘 비교하고 비교당하고 주눅 들어 있던 아이들이 여기에서는 “나는 나다!”라고 외칩니다. 자기 무대, 당당하게 주인공으로 설 수 있는 자리가 생기는 겁니다. 자신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선택하면 이루어진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어떤 때는 ‘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할 정도로 200% 자신감을 보여줍니다. 자신감은 국가대표급입니다. 

▲ 지난 5월 전주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개막전에서 벤자민 멘토 박세상 씨가 주최한 한복 플래시몹에 참가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이 대한민국 교육의 변화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벤자민민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변화를 바탕으로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지요? 자연스러운 전개인 것 같습니다. 

 벤자민 학생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공모전 같은 데서 상을 받기도 하고, 거리에 쓰레기가 많다고 휴지통을 설치하는 운동을 지자체와 연결해서 실행하기도 하고, 대안학교인데도 문화재 지킴이상 등 교육감상을 받기도 합니다.

가장 큰 사회활동이 대청마루인데요. ‘대한민국 청소년의 마음 속 꿈을 이루는 모임’입니다. 인성영재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청소년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느끼면서 “대한민국 교육을 바꿔주세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하는데, 이 활동을 통해서 크게 성장하고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하기도 하고  중앙에 모여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전주에서 U-20 축구경기 응원전에 가서 길거리 퍼포먼스도 하면서 교육의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하고 왔습니다.

▶벤자민 졸업생들은 지금 어떻게 성장하고 있습니까? 

처음에는 졸업하면 대부분 고등학교로 다시 복학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반입니다. 절반은 복학하고, 절반은 검정고시를 치르고 자신의 인생을 일찍 개척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검정고시 후에 대학을 가거나 유학을 가거나 취업을 하거나 자유롭게 선택합니다. 공식이 없습니다.

복학한 경우에는 학교에서 아주 우수한 학생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목표가 분명하니까 수동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공부도 주도적으로, 리더가 되어 주도적인 활동을 합니다. 선생님들이 “다른 친구들도 벤자민학교 1년 다녀야 겠다”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영천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상훈 학생은 ‘벤자민12단 체조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합니다. 교장 선생님도 뇌교육지도자 자격을 취득하시고, 뇌교육을 학교교육에 적용하였고 다른 학교로 전근하셨지만,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뇌교육 활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통업체에 취업한 한 학생은 고객으로 온 할머니와 손녀를 나서서 도와주는 선행을 하여 ‘이달의 최고사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매장이 생기고 나서 매일 민원접수만 되었는데 처음으로 감사인사를 받았다는 겁니다. 벤자민 활동을 토대로 미국 10여 개 대학에서 동시에 장학생으로 합격통지를 받은 학생도 있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고 프로젝트팀을 구성하여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아련새길'프로젝트 팀의 힐링공연.

▶벤자민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학업능력, 성적이 능력이 아니군요.  

 한 가지 기준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학교에서 벗어났으니까요. 벤자민학교는 뇌교육 인성학교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아는 것은 바로 뇌의 가치를 아는 것입니다. 실제 체험을 통해서, 뇌의 무궁무진한 잠재능력을 체험하게 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능력이라는 것은 드러나는 것만이 아닌 잠재된 능력까지 포함하게 되는 거지요. 아인슈타인도 10%밖에 못 썼다고 이야기하는 뇌의 능력이 있는데, 무얼 걱정하겠습니까! 선택하고 이루어질 때까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액션하면 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체험으로요. 

▲ 올해 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한국, 미국, 일본 벤자민인성영재학생들의 글로벌리더십 캠프 모습.

▶앞으로 벤자민학교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습니까? 

무엇보다 하루빨리 벤자민학교의 인성교육모델을 우리나라 교육부가 받아들여서 공교육문제,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기 바랍니다. 지금은 각 학교장의 재량 차원에서 인성영재캠프나 뇌교육 방과후 수업을 시행하는 정도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합니다. 벤자민학교는 자유학기제의 모델입니다. 중학교 과정보다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선택할 때 자유학기제가 필요합니다. 벤자민학교의 프로그램, 운영체계가 공교육의 변화에 영향을 주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벤자민학교는 국제적 학교 비전을 추구하며, 뇌교육 인성교육의 학교모델로 전 세계에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과정과 오프라인 과정을 결합한 모델을 만든 것입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하고, 4차 산업혁명을 넘어서 인간중심 지구중심의 5차 산업혁명시대를 여는 새로운 인재를 키워내는 글로벌인성영재학교로서 세계교육의 모델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 평생 교육계에 몸담고, 교육부, 특수학교, 일반학교, 대안인성학교까지 두루 거쳐 오셨는데, 아마 우리나라 교육자로서 가장 다양한 경험을 하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소신까지 포함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사로서 또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한 가지만 가르쳐야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뇌가 가진 무한한 가치를 체험을 통해서 알려주면 거기서부터 무엇이든지 창조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걸 체험하며 아이들이 행복해 하고, 지금 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 세계 교장 중에 제일 복이 많은 교장입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한국 문화를 알리고 세계인과 교류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 제주 등 유명 관광지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하는 김은비 학생의 프리절 프로젝트.

제가 하는 교육의 목적과 제 인생의 목적이 같습니다. 바로 홍익입니다. 널리 사람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는 것. 바로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이고,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입니다. 인성영재는 바로 홍익인간의 현대적, 교육적 개념입니다. 

크게 보면 세상이 학교이고, 인생이 학교입니다. 세상학교, 인생학교에서는 아이들도, 저도 다 같은 학생입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변화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삶을 만들고, 인류와 지구에 도움이 되는 삶을 만들어가는 학교가 벤자민학교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나오게 되면 한 번 더 모시고, 청소년 관련 교육정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그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