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편집장으로 있는 뇌교육 매거진 <브레인>에서는 매년 3대 키워드를 발표하는데, 올해 3대 키워드 중 첫 번째로 ‘자연지능’이 선정되었다. 전문가위원회를 통한 심층 논의와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3가지 기준을 적용했는데, 첫째 인간 뇌의 활용과 계발 차원일 것, 둘째 시대적 흐름을 반영할 수 있을 것, 마지막으로 인간 뇌의 본질적인 물음과 성찰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었다.

▲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 <브레인> 편집장.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지난 2년간 연속으로 선정된 키워드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점이다. 인류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2016년 알파고 이슈는 많은 이들을 경외감을 들게 했고 혹은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자연지능’의 선정 배경에는 인공지능의 발달이 거꾸로 인간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할 것이며, 인공지능과 대비되는 인간 고유의 특별한 그 ’무엇’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인간은 자연지능을 가진 존재이고, 그것은 생명력을 느끼고 회복하는 것에서 비롯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서 10분 정도를 걸으면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풀잎길이 나온다. 걷다 보면 어느새 힐링이 되는데, 그때마다 자연이 가진 치유의 힘을 느끼곤 한다.​​ 재미난 것은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나서면서 정작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 그것을 느끼고 회복하는 데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누구나 걸을 수 있지만 걸음을 통해 발현되는 뇌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그냥 걷는 것과 느끼면서 걷는 것은 뇌에 다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것은 몸을 좋게 하기보다, 뇌를 깨우는 작용이라고 했다. 뇌와 몸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면, 땅을 밟는 ‘느낌’, 걷다 보면 몸이 순환하면서 머리가 시원해지는 그 ‘느낌’을 관찰하고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느낀다는 것은 나의 의식이 ‘알아차림’의 인지적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며 뇌가 기존과는 다른 변화의 상태에 맞닥뜨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좀 더 살펴보자. 우선 넘어지지 않고 걷기 위해서는 뇌를 가진 척수동물의 핵심기능이라는 균형감각이 지속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는 상황이 수반되어야 한다. 뇌는 기본적으로 바깥에서 정보를 입력받고, 처리해서 출력하는 정보처리기관이라 볼 수 있다. 걷는 행위는 뇌로 들어오고 나가는 정보의 대다수를 신체감각정보들이 차지하게 만든다. 결국 걷기가 반복되면 뇌와 몸의 연결성을 활성화 하면서 뇌혈류량의 변화를 촉진시키고, 머릿속 생각과 잡념이 점차 줄어드는 효과에 맞닥뜨린다.

걷다보면 뇌상태의 증진 효과를 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사람은 가청주파수라고 하는 20~2만 헤르츠를 들을 수 있는데, 특정 대역의 자극적인 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심리적으로도 편향적인 상태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특정 대역을 자극하는 소리가 아닌 전체 대역에 폭넓게 걸쳐 있는 이른바 ‘백색사운드(white sound)’를 많이 듣는 것이 좋은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연의 소리다. 이런 소리는 자주 들을수록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운드 테라피’ 효과를 가져 온다.

 

또한 걸을 때는 외부로 나가는 의식을 멈추고, 자기 내면을 바라보면서 걷는 것이 좋다. 스마트 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 24시간 대부분 우리의 의식이 외부로 향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밖으로 나가 있는 의식을 우선적으로 몸으로 가져와야, 그 다음 내면을 관찰하는 의식이 형성된다.

결국 제대로 걷다 보면 신체근육 곳곳이 자극되고 이완되면서 몸이 편안해지고, 잡념이 점차 없어지면서 뇌파가 떨어지는 이른바 ‘이완된 집중상태’가 된다. 즉 명상의 초기모드로 접어든다. 이 때 주변 어디 조용한 자리에 앉아 단 5분이라도 조용히 눈을 감아 보면 평소와는 다른 ‘느낌’, 즉 의식의 확장성을 맛볼 수 있다. 뇌는 이미 명상(meditation)을 위한 준비상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뇌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이 다름 아닌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걷는 과정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뇌파는 결국 나의 몸과 뇌가 만들어내는 활동이며, 그 움직임과 의식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자각이다. 서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는 명상은 자신과의 대화라고 했다. 하루 10분은 외부로 향하는 의식을 잠시 거두고, 이동수단이 아닌 느끼면서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매주 화요일에는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의 알수록 신비롭고 재미있는 인간의 뇌와 뇌교육에 대한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