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에 크게 의존하는 스위스는 방사능 핵폐기물을 저장할 대규모 장소가 필요했다. 핵 폐

▲ 강현숙 동대전고등학교 교사

기장 후보지로 스위스 중부에 있는 인구 2,100명의 볼펜쉬센이라는 작은 산악마을이 거론되었다. 1993년 경제학자들이 마을 주민을 상대로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조사하였다. 반대도 많았지만, 근소한 차이로 거주민의 과반수인 51퍼센트가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당근을 제시하였다. 만약 각 주민에게 매년 보상금을 지불하겠다면 핵 폐기장 건립에 얼마나 더 찬성할 것인가? 예상과 달리 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핵 폐기장 건립에 찬성하는 비율은 51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절반가량 떨어진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다시 일인당 8,700달러를 매년 보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하였지만, 주민들의 결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국가 전체가 핵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핵폐기물을 어딘가에는 묻어야 한다는 주민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러한 시민의식에 금전적 보상금은 찬성표를 위한 뇌물로 받아들여졌다. 금전적 제안을 거절했던 주민의 83퍼센트는 자신들은 뇌물에 매수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훌륭한 시민의식에 개인적 보상이 들어오자 공공의 문제가 사적이면서 금전적인 문제로 변하면서 시민으로서의 의무의식과 희생정신을 밀어냈던 것이다.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마이클 센델)]

이것이 단순히 시민의식과 공공선을 강요하며 정부의 의지를 관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의 책에서는 지역주민 스스로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게 하고 공공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장소를 결정하는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필요하다면 위험시설을 폐쇄할 수 있는 권리를 해당 지역사회에 부여하는 것이 돈으로 사는 것보다 더욱 확실하게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내 집 옆에 스위스 마을처럼 핵폐기물 저장시설과 같은 혐오시설이 들어선다고 할 때 과연 얼마나 찬성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정말 올바르고 훌륭한 교육제도를 도입하려는데 그게 내 아이가 지금껏 노력한 것과 정반대여서 내 아이가 피해를 볼 것 같다면 그 교육제도를 찬성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 5월까지 정치적 격변 속에서 촛불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국민의 손으로 평화로운 방법으로 대통령을 퇴진하게 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전 세계가 놀란 일이었고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임이 분명한 일이다. 우리 국민은 성숙한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그러나 평소에는 국가와 사회보다는 나와 가족, 내가 속한 조직을 더 우선시하며 돈이라는 가치로 상대방과 나를 비교하고 더 우위에 서기 위한 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과 이기심, 우월의식이 판을 치친다. 국가의 이익과 발전을 빙자하여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 노동자의 안전과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보다는 이익을 우선 추구하는 기업인들, 기업과 나라의 경쟁력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처우 개선에만 몰두하는 노동자들, 사회와 국가의 이익보다는 내 이익을 더 우선시 하는 의식이 그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은 모래알처럼 제각각이고 새로움과 희망을 품고 일궈낸 촛불의 기적도 어둠 속에 묻혀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새로운 촛불을 밝힐 때이다. 단순히 정권교체로 끝낼 일이 아니다. 우리 자신과 아이들이 살아갈 행복하고 가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 한 번 대단합의 기적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모두 이익이 얽혀 있는 복잡한 사회에서 단합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단합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개개인을 우선하는 자전의 의식이 아닌 전체를 우선하는 공전의 의식으로의 성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의식의 성장은 교육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은 인재 선발의 도구로서 성공과 경쟁의 패러다임 위에서 성립되었기에 공전의 의식보다는 자전의 의식이 암묵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개개인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는 도구로서 완성과 상생의 패러다임 위에 공전의 의식을 기르는 교육으로 새롭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공전의 의식은 나와 전체가 분리되지 않은 하나이고 전체의 이익이 나의 이익임을 인식하는 것으로 대한민국 교육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홍익의 정신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육은 제대로 홍익의 정신을 구현하지 못해왔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자신이 선택한 것을 이룰 수 있는 힘을 키워 홍익의 꿈을 갖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홍익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 시대의 깨어난 어른, 홍익의 희망을 가진 진정한 어른이 앞장서야 할 때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뇌교육을 직접 지도하시는 일선 선생님들의 생생한 체험이 담긴 '뇌활용 행복교육 이야기'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