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두 시간동안 쏟아진 엄청난 비에 충남 천안 흑성산에서 국학원 한민족역사공원으로 토사가 쏟아져 내렸다. 30~40년생 소나무도 쓰러져 휩쓸려 내려오며 공원 내 역사위인상들이 흙과 잡목으로 뒤덮였다. 인근 대학교 건물로도 지하와 1층으로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흙탕물이 밀려들어왔다.

▲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학원 수해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 재난현장에 전국 각지에서 “직접 수해복구를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온 사람들이 있다. 20일 울산에서 온 김대현, 박미정 부부를 시작으로, 21일 전북국학원 성태연 사무처장 등 7명, 그리고 22일에는 주말을 맞아 서울, 광주, 대구, 부산 등 곳곳에서 도착했다.

뜨거운 햇볕이 작열하는 가운데 야외에서 폐목을 치우고, 유실된 곳을 메우는 손길이 바쁘다. 연구소와 지하에서는 침수된 집기를 꺼내고, 갯벌처럼 뒤덮은 진흙을 삽으로 퍼냈다.

▲ 선도문화진흥회 고창환 씨(왼쪽)는 부서진 집기들을 끌어내고 토사를 치우는 작업을 했다. 함께 수해복구를 하는 선도문화진흥회 회원들.(오른쪽)

22일 토요일 아침, 선도문화진흥회와 기운차림봉사단 25명은 지하 기계실에서 작업을 했다. 선도문화진흥회 고창환(48, 충북) 회원은 “선도문화 부활의 상징적인 곳인데 수재가 났다고 해서 왔다. 생각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흙더미가 쓸려 내려왔다. 피해가 심해서 사람이 많이 필요하겠다.”라며 더 많은 자원봉사자의 방문을 당부했다. 그는 더운 날씨에 전신장화를 입은 상태로 흙탕물을 뒤집어쓰면서도 삽질하는 손을 놓지 않았다.

▲ 국학원 수해복구 현장에서 쏟아져 들어온 토사를 나르는 김태연 서울 도봉국학원장.

김태연 서울도봉국학원장을 비롯해 이광수 경기 의정부시국학원장, 조영인 서울 노원구국학원장, 김석배 경기 양주시국학원장과 가족, 회원 11명도 현장에 손길을 보탰다. 김태연 도봉국학원장은 “온통 토사가 뒤덮고 있어 책상이나 장비들이 다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다 들어냈는데 교체해야 할 듯하다.”고 걱정했다. 그는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모두 합심해서 마음을 내어 피해도 복구하고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며 희망을 피력했다.

▲ (왼쪽부터)부인 최미자 씨와 두 딸을 데리고 국학원 수해현장을 찾은 이광수 의정부시국학원장.(오른쪽)

국학원 수해복구 참여 공지를 냈던 이광수 의정부시국학원장은 부인 최미선 씨, 큰 딸 이정현(중3) 양, 작은 딸 이신영(초5) 양까지 네 식구가 함께 왔다. 그는 “우리 부부가 아이들을 국학원에 자주 데려왔다. 국학원이 어려울 때 복구하는 과정에 참여시키고 싶었다.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오늘 국학원 수해복구에 참여한 게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학원 최재호 사무처장은 “우리민족 고유의 선도문화 요람을 복구해야 한다며 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수해로 떠내려 온 퇴적물에서 악취가 많이 나고 있어 방역을 해야 합니다. 잔디와 나무에 붙어있는 흙을 털어낼 인력도 필요하고 정성어린 성금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현재 국학원 한민족기념관 수해복구를 위한 성금모금도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