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뇌교육을 배우는 현지인들은 한국말 몇 마디는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말이 “안녕하세요?

▲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이다. 단계가 조금 더 높은 회원들은 ‘아리랑’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들이 기본적인 한국말을 배우는 것은 뇌교육이 한국에서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말들 속에 뇌교육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뇌교육의 정신은 홍익정신이다. 홍익인간이 되는 체험식 교육이 뇌교육이다.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 홍익인간입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홍익인간은 반갑고 고마운 사람”이라고 답한다. 그렇다. 홍익인간은 반갑고 고마운 사람이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반갑고 고마운 사람이고, 다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반갑고 고마운 사람이고(그 사람의 국적, 종교, 인종에 관계없이), 마지막으로 지구에게 반갑고 고마운 사람이다. 세상에 반갑고 고마운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좋은 세상, 이화세계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세상이 좋아지려면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

나는 지난 37년간 홍익정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홍익정신을 알리는 데는 우리민족의 옛 경전인 천부경만한 것이 없다. 천부경 안에 다 들어 있다. 천부경에는 사람이 어디서 왔는가를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 (人一三)’이라는 구절이 말해 주고 있다. 하늘과 땅이 먼저 나고, 사람은 세 번째로 나온 존재이다. 사람은 천지라는 주인이 초대해서 온 손님이기도 하고, 천지부모의 자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은 천지를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은혜를 아는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마음으로 천지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지구환경파괴가 심각하고,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문제가 되는데, 이 문제는 사람이 천지를 함부로 대해서 비롯된 것이고, 근본 이유는 사람이 본성(인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천부경에는 ‘본심본태양앙명(本心本太陽仰明)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이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의 본성이 원래 태양처럼 밝은데, 그 밝음을 회복하게 되면, 내 안에 하늘과 땅이 다 들어와 있다는 것을 절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바로 천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신성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서 천지인사상과 홍익인간의 정신이 나온 것이다. 나는 이 천지인사상과 홍익인간 정신이 21세기 인류와 지구를 위해서 필요한 정신이고, 지구시민의 정신이 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21일간 먹지 않고 자지 않는 고행 끝에 얻은 깨달음이 고스란히 천부경에 담겨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5천년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깨달았고, 그 깨달음을 천부경에 담았고, 그 깨달음으로 민족과 나라를 세운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민족이 ‘하늘의 마음을 닮고 뜻을 따르라’고 ‘한민족’이라고 이름 지어졌고, 하늘과 같은 마음으로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뜻으로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국시가 정해진 것이다.

처음에 나는 천부경을 알리고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만 알리면, 우리 국민들은 다 깨달은 국민, 홍익인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나에게는 너무나 명명백백해 보이는 진실을 전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안타깝게도 천부경은 위서논쟁에 갇혀 있고, 단군은 신화 속에 갇혀 있었다. 오랜 사대의 역사관과 일제의 식민사관이 우리민족의 주체성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정신의 감옥을 우리 지식인들이 앞장서서 존속시키려고 애쓰는 것을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고속도로로 못가면 국도로 가면 된다. 천부경이 위서고 단군이 신화라고 학계와 언론이 재생산한다면, 그들과 논쟁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나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고증 전문가도 아니다. 머지않아 그들의 영역 안에 학식과 지혜가 특출한 이가 나와서 진실을 알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다른 곳에서 진실을 찾아보자고 결심했다. 홍익정신의 흔적과 유래를 찾기 위해서 내가 집중한 것은 말이었다. 학문과 언론은 글로 한다. 그런데 글은 말보다 나중에 생겼다. 글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한 우리말 속에서 홍익정신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때부터 나는 우리말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한 보석처럼 여겨졌다. 다행히도 지혜로운 우리 조상님들은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귀한 보석을 담아두셨다. 우리가 매일 쓰는 인사말 속에 천부경의 철학이 있고, 홍익인간의 정신이 있었다.

나는 강연장에서 청중 앞에 서면 늘 “반갑습니다”하고 인사한다. 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와 준 이들이 반가워서다. 누구나 하는 인사말이지만 나는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이 말을 건넨다. 이 말에 숨은 뜻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 ‘반갑습니다’하고 인사한다. 그리고 좋은 일이 생기면 ‘반가운 일’이라고 하고, 기다리던 연락을 받을 때면 ‘반가운 소식’이 왔다고 한다.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면서도 그 뜻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갑다는 말도 그 중 하나다.

‘반’은 어디서 비롯된 말일까? 반의 어원을 살피면 ‘한’과 관련된 음가로, 곧 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반’으로 시작하는 우리말을 몇 가지 더 살펴보면 ‘반'의 의미가 좀 더 분명하게 와 닿을 것이다. 반하다, 반듯하다, 반반하다, 반드시, 반딧불, 반들반들, 반짝반짝, 바르다와 같은 말들은 모두 밝고 온전한 신의 속성을 표현한 어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반갑다’는 ‘반과 같다’ 는 뜻이고 상대방에게 ‘반갑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것은 ‘당신은 하늘의 신과 같이 크고 밝은 존재입니다’ 라는 찬사를 보내는 말이다. 반갑다는 말은 인간에 대한 최고의 존중과 축복을 담고 있다. 우리 옛 조상들은 사람의 인성이 본래 신성과 하나임을 알고 있었기에 늘 하는 인사말을 통해 사람의 존재가치를 깨우쳐 주고자 하였던 것이다.

비슷한 예가 있다. 인도와 네팔 지역에서는 상대방과 인사를 나눌 때 ‘나마스테Namaste'라고 하면서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나마스테는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합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나마스테의 의미를 듣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인사라며 탄복한다.

하지만 이미 우리 인사말 속에도 있었다.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말의 의미를 바르게 알고, 바르게 알리고, 서로 그 참다운 의미로 인사를 한다면 먼저 자신이 변하고, 다음으로 인간관계가 바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인성회복을 위해서 서둘러 실천해야 할 일이다.

‘반갑습니다’와 함께 그 뜻을 새기면 좋을 우리말이 하나 더 있다. ‘고맙습니다’이다. ‘고맙다’의 뿌리가 되는 글자인 ‘고’는 높은 신을 뜻한다. ‘고’에 여성을 뜻하는 ‘마’가 붙으면서 ‘고마’는 여신, 풍요를 상징하는 땅의 신(지모신)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한편 고마는 ‘곰’으로 소리가 축약되어 여신을 상징하는 동물로 불렸다.

곰이 여자가 되어 한웅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고조선을 세웠다는 단군왕검의 신화적 이야기는 ‘고마’와 ‘곰’이라는 말의 변천과정을 알지 못한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단군의 어머니는 고마(곰)를 받드는 부족출신의 여인이었다. 그는 소도(굴)에서 엄격한 수행을 거친 뒤에 마침내 한웅의 부인이 되었다. 땅의 사람(地孫)이 하늘의 사람(天孫)으로 거듭나는 이 사례는 이후 수행을 통해 자기 안의 신성을 밝히는 신인합일의 문화를 이루는 본보기로서 널리 전해졌을 것이다.

‘고맙다’는 말은 이렇듯 ‘고마’를 풍요의 신으로 받드는 문화를 거치면서 탄생했다. 서로 먹을거리를 나눈다거나 도움을 받으면 ‘고맙습니다’ 즉 ‘고마와 같습니다’하고 인사했다.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은 ‘당신은 신과 같은 사람입니다’라며 그 은혜에 고개를 숙이는 일인 것이다.

‘반갑습니다’와 ‘고맙습니다’라는 말에는 사람의 가치와 근본 도리를 담은 우리의 홍익정신이 깊고 뚜렷하게 남아 있다. 이런 말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 조상들이 인간을 태양같이 밝은 신성을 지닌 존재,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다름없는 존재로서 존중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정신문화의 전통에서 신은 인격화하지 않는 ‘법칙’으로서의 ‘신’이다. ‘심기혈정(心氣血精)의 신’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심기혈정은 마음이 가는 곳에 기운이 모이고, 기운이 모이면 생명력이 동하고, 기운이 생동하면 눈에 보이는 물리적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이는 정신과 물질이 하나임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원리이다. 심기혈정은 법칙으로서 신을 풀이한 것이기도 하다. 마음의 힘을 믿었던 우리 민족의 신관은 주체적이고 자유로웠다. 신의 실체를 알기에 바른 마음은 정신이고, 흐트러진 마음은 귀신이라고 한 것이다.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이 곧 신인이라는 의식에서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정신이 나올 수 있었다.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알고 이를 존중하는 사람이 ‘홍익인간’이요, 그 가치를 실현한 세상이 ‘이화세계’이다. 이런 큰 깨달음이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고, 그 뿌리로부터 한민족의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반’과 ‘고마’의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이끄는 문화는 성공보다는 완성, 경쟁보다는 화합, 소유보다는 관리, 지배보다 존중, 개인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에 가치를 둔다. 이러한 정신은 21세기에 국가와 종교의 틀과 한계를 넘어 모든 인류를 한 가족으로, 지구를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보는 의식과 하나로 통한다.

나부터 반가운 사람, 고마운 사람이 되자. 나는 제자들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자신을 향해서 환한 미소를 띠고 ‘반갑습니다’ 인사를 하도록 권한다. 몇 번을 해야 하는지는 자신이 안다. 얼굴이 활짝 펴지고, 마음이 밝아질 때까지, 그리고 뇌가 반짝 반짝일 때까지 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활짝 펴진 얼굴로 환하게 웃으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습니다’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절로 아침부터 다른 사람에게 반갑고 고마운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는 내가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매일 가장 쉽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좋은 가족을 만들고 싶다면, 좋은 세상을 원한다면, 바른 인사부터 시작하자.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