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천안에는 또 비가 내렸다. 조금 오다 그쳤지만 수해를 당한 시민들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기자는 폭우로 피해를 입은 천안 국학원과 한민족공원, 국제뇌교육대학원종합대학교 현장을 찾았다. 이날도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수해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천안 흑성산에서 토사와 30~40년생 소나무가 휩쓸려 내려온 국학원 한민족역사공원에는 쓰러진 소나무를 옮기는 포크레인과 차량이 쉴새 없이 이동했다.

▲ 포크레인으로 3일째 복구작업을 하는 이상준 전북군산국학원장이 국학원 박영준 사무국장과 하수도 정비를 하고 있다.

박영준 국학원 사무국장은 “공원을 뒤덮은 토사를 걷어내고 우선 소나무 등을 치우고 있다”며 포크레인 작업을 도와 하수구를 정비했다. 포크레인으로 복구작업을 하는 이는 이상준(54) 전북 군산국학원장이다.

21일 포크레인을 싣고 국학원에 온 이상준 군산국학원장은 3일째 복구 작업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한 달 이상 세세하게 더 해야 하는데, 오늘까지밖에 못하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포크레인에서 잠시 내려와 몇 마디하고는 곧바로 올라가 작업을 시작했다.

▲ 침수 피해를 입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현관 앞에는 책상, 의자 등 물에 젖은 교구와 집기가 쌓여 있다.

국학원 위쪽에 있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는 지하 1층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현관 앞에는 침수피해를 입은 의자, 선풍기, 걸상, 집기 등이 진흙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흑성산 토사가 대학교 건물 쪽에 밀려와 지하와 1층으로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흙탕물이 밀려들어왔다고 한다.

▲ 수해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경민(오른쪽)씨와 조해구 씨가 휠체어를 씻고 있다.

현관 옆에서는 서울 신도림에서 세 사람이 함께 왔다는 김경민 씨가 흙 묻은 집기를 닦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김경민 씨는 “하루빨리 수해복구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 사람이 함께 왔다. 직장에 다녀 평일 오지 못해 일요일에 왔다.”고 말했다.

▲ 물에 잠겼던 대학원 건물 지하1층에서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물을 퍼내고 있다.

김경민 씨와 함께하던 조해구 씨도 “서울에서 두 사람이 함께 왔다”며 “여기 와서 보니 생각보다 피해가 크다. 언제 다 복구할까 걱정된다. 현장에 와서 땀 흘리고 일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빨리 복구하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23일 자원봉사활동을 나온 김수홍 경기도국학기공회장이 지하 1층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복도는 진흙으로 얼룩졌다. 장화로 갈아 신고 내려가니 아직도 바닥에는 물이 남아 있다. 대학원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장화옷을 입고 삽으로 끊임없이 물을 모으고 잔해를 치웠다. 헬스장의 운동기구에 진흙이 묻어 녹슬기 시작했고 바닥은 뒤틀려 있었

다.

▲ 침수 피해를 입은 건물 관리 장비에는 진흙이 남아 피해상황을 증명해주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건물 관리에 필요한 시설이 물에 잠겼던 흔적과 함께 정지되어 있었다.

지하 1층에서 흙탕물을 모으던 김수홍 경기도국학기공회장은 “더 빨리 오고 싶었는데, 다른 일정이 있어 이제 왔다”며 “실제 현장에 와서 보니 마음이 무겁다. 전기시설이 물에 잠겨 모두 교체를 해야 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광진구 배한운 국학기공회장도 장화옷을 입고 부지런히 삽질을 했다.

▲ 서울 배한운 광진구국학기공회장이 23일 수해피해 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수해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심할 줄을 몰랐다. 피해복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1시부터 시작한 복구 작업이 어느 새 2시가 되어 모두 휴식을 하였다. 빵, 음료수를 나눠 먹었다. 누군가 말했다. “점심을 한 지 한 시간이 못 되었지만, 일을 하니 금방 배가 꺼진다.”

10여분 휴식을 끝내고 이들은 다시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물을 모아 퍼내는 작업을 계속했다.

 

대학원 관계자는 "수해 피해가 막대하지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자원봉사자들과 각지의  성원에 힘입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