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유엔과의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말이었다. 평소 나의 평화철학과 뇌교육에 관심이 많던 유엔 사무차장 부인은 유엔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콘서트에 나를 초청했다. 그 콘서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이자 당시 유럽의회 의원이기도 했던 나나 무스꾸리의 공연이었다. 그의 노래는 한국에서도 번안해서 부를 만큼 인기가 많았고, 나도 그 중 몇 곡을 즐겨듣곤 했다.

유엔에 대한 관심과 가수에 관한 호감으로 참석한 행사가 나의 행보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준 계기가 될 줄은 몰랐다. 공연 중에 나나 무스꾸리는 ‘한 세기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동방의 영적 지도자’라고 나를 소개하며 무대 위로 올라올 것을 권했다. 그 거창한 소개에서 유엔 사무차장 부인이 나나 무스꾸리에게 나를 어떻게 이야기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유엔 관계자들은 무대에 오른 나에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인류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종교전쟁을 종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종 갈등의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잇달아서 환경문제, 교육문제, 마약문제까지 질문을 퍼부었다. 나에게 질문을 던진 이들이야말로 세계가 인정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전문분야에서만큼은 내가 평생 동안 배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구체적인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전쟁, 종교분쟁, 인종갈등, 환경문제는 잘 놀면 해결됩니다

나는 그들에게 그 모든 문제의 해법은 지극히 간단하다고 말했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눈들이 일제히 내게로 향했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가장 어려운 질문이지만, 사실 답은 너무 쉽습니다. 잘 놀면 됩니다. 잘 못 놀아서 생긴 문제들입니다. 사람이 하늘과도, 땅과도 잘 못 놀고, 자신과도 잘 못 놀고, 다른 사람과도 잘 못 놉니다. 국가 간에, 종교 간에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이 친구 사귈 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한경쟁의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이 친구로 지내는 것보다 적으로 지내는 훈련이 더 많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뇌활용을 잘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적을 만드는 뇌활용이 아니라, 친구를 만드는 뇌활용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늘과 땅, 자연과 잘 놀 때 환경문제는 저절로 사라지고, 다른 사람과 잘 놀면 세대갈등이나 빈부갈등과 같은 인간관계의 갈등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종교 간에 잘 놀면 종교전쟁이라는 비극이 사라지고, 인종 간에 잘 놀면 인종차별도 옛말이 될 것입니다. 잘 노는 것, 친구가 되도록 뇌를 활용하는 것, 그것만이 해결방법입니다.”

그로부터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우리 인류는 잘 노는 법을 모르고 있다. 그동안 평화로부터 더 멀어졌고, 자연과도 더 멀어졌고, 인류의 공존과 지속가능성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나는 그때 유엔과의 만남을 계기로 2000년 8월, 유엔에서 열린 밀레니엄 세계정신 및 종교지도자 평화회의에서 개막 기도로 ‘평화의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유엔의 평화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뇌교육을 학문화하고 지구시민운동을 펼치겠다고 결심했다. 그 노력의 결과, 내가 설립한 한국뇌과학연구원과 국제뇌교육협회는 2007년 2009년에 각각 유엔에 협력하는 NGO가 되었고, 뇌교육을 유엔을 통해 인성교육, 평화교육으로 세계에 알리고 있다.

▶ 잘 놀려면 먼저 친구사이가 되어야 합니다. 명상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20년 전 그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친 것은 1주일 전이었다. 나는 그날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작은 도시 케리케리 시에 세계 최초로 지구시민힐링센터를 개원했다. 나는 4년 전에 케리케리 시를 처음 방문했을 때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뉴질랜드에서도 가장 평화로운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2년 전부터 그곳에 얼스 빌리지와 세계지구시민학교를 설립하는 구상을 차근차근 실현하고 있다.

얼스 빌리지가 자리할 도시라면 당연히 그곳에 사는 시민들부터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워야 한다. 그래서 케리케리 시민들에게 뇌교육과 지구시민교육을 통해 도움을 주고자 지구시민힐링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나는 1985년에 서울 신사동에 첫 단학선원의 원장이 되었던 이후로 32년 만에 다시 케리케리 지구시민힐링센터의 원장이 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엔에서 뉴질랜드로 이어진 내 여정은 ‘잘 놀면 된다’는 평화해법의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뇌교육도 얼스빌리지(지구마을)도 지구시민학교도 지구시민운동도 모두 인류가 함께 서로 잘 놀게 하는 방안을 찾다가 만든 것이다. 나에겐 개원식에 참석한 50명의 시민은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나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지구촌의 모델 도시를 만들어 갈 사람들이니까.

케리케리 시민들은 내가 온 이후로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단체 여행객이 많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로 개원 기념 강연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하면서 좋은 풍경을 보고, 사진 찍고, 맛있는 것을 먹고, 또 색다른 체험을 하는 데 의미를 둡니다. 하지만 명상여행은 다릅니다. 명상여행은 자기 자신을 만나고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여행을 말합니다. 이곳 뉴질랜드, 특히 케리케리는 명상여행을 하기에 무척 환경이 좋고, 또 그 환경을 지키려는 훌륭한 분들이 사는 곳입니다. 나 혼자 명상여행을 하기에는 매우 아까워서 전 세계에 있는 뇌교육 회원과 지구시민 그룹에게 이곳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을 다녀 본 내가 케리케리의 환경과 문화를 칭찬하자 시민들은 마음이 흡족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어 명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명상이 무엇인지 물으면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 또는 스스로 자기 가치를 찾는 것이나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의 교류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다양하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나에게 물으면 한마디로 답합니다. ‘나에게 명상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먼저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것이 명상입니다”

친구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 얼굴에서 긴장감이 사라졌다. 명상이란 어려운 그 무엇이 아니라는 안도감이자, 친구라는 쉬운 것에 대한 반가움이었을 것이다. 나도 아는 것이고 나도 할 수 있는 게 명상이구나. 그렇다. 명상은 먼저 자신과 친구가 되고, 다음으로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되고, 그리고 자연과 친구, 지구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좋은 친구가 되고 싶지 않고, 좋은 친구를 갖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좋은 친구, 가족에게 좋은 친구,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친구, 인종과 국적과 종교를 넘어선 좋은 친구, 자연에게 좋은 친구, 지구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것은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 이 지구에 왔기 때문이 아닐까? 원래 그것이 목적이니까 그리 되고 싶은 것이다.

나 자신과, 사람들과, 자연과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우리의 뇌에 있다. 뇌를 훈련하면 된다. 명상은 뇌를 훈련하는 방법이고, 명상여행은 뇌를 훈련하는 뇌교육으로 진행하는 여행이다. 참석자들은 뇌교육과 명상여행을 이해했고, 친구 되기 위한 뇌교육을 궁금해 했다. 나는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는 뇌교육으로 ‘미소운동과 댄스운동’을 제안하고 직접 두 가지 시범을 보여주었다. 명상도 쉽고, 친구 되기도 절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낀 듯, 참석자들은 미소운동과 댄스운동을 함께하며 박수와 함께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우리는 순식간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

▶ 자신과 친구, 모든 이와 친구, 자연과 친구가 되는 프렌즈 운동을 합시다

미소운동과 댄스운동으로 마음을 활짝 연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여러분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분과 케리케리 시민들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지구시민힐링센터를 통해서 서로서로 친구가 되어 주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뉴질랜드는 자기 나라의 환경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나는 그 정신에 감동했다. 뉴질랜드의 정신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지구를 위하는 마음을 느꼈고, 그것이 우리 홍익정신과 통하고, 내가 제안한 지구시민운동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뉴질랜드가 지구시민의 정신을 인류에게 선보일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프렌즈 무브먼트 (친구 되기 운동)”와 “프렌즈 클럽”을 제안했다. 프렌즈 운동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 자신의 친구가 되고, 주위 사람과 주변 환경에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의 뇌를 좋은 뇌로 만들어야 한다. 지구시민힐링센터에 모여 함께 프렌즈 운동을 하고 프렌즈 클럽을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고, 그들은 환호와 함께 뉴질랜드 민속노래인 ‘포카레카레아나(한국 번안곡 연가)’로 화답해 주었다.

이제 뉴질랜드 케리케리 시에서 지구시민의 새로운 운동인 프렌즈 운동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 17개국의 지구시민클럽이 프렌즈 운동을 함께 시작할 것이다. 인류의 뇌 속에 있는 친구를 적으로 만든 수많은 정보가 정화되고 욕심과 이기심을 내려놓는다면, 그래서 우리의 뇌가 순수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인성을 회복한다면, 나는 그 안에 70억 인류가 모두 친구가 되는 길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때로는 너무 가까이서 보면 문제만 보이고 답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우리는 하나의 지구에 살아가고, 하나의 하늘을 지붕 삼아 사는 가족이다. 원래 친구다. 예전에 이 노래가  좋아 사흘 밤낮을 들은 적이 있다. 베트 미들러(Bette Midler)의 ‘멀리서 보면(From a distance)’이라는 노래다. 오늘도 이 노래가 듣고 싶다.

“From a distance you look like my friend, even though we are at war. From a distance I just cannot comprehend what all this fighting is for. From a distance there is harmony, and it echoes through the land. And it's the hope of hopes, it's the love of loves, it's the heart of every man.

(비록 전쟁을 하고 있지만, 멀리서 보면 모두가 친구처럼 보여요. 왜 쓸데없는 전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멀리서 보면 조화로움이 온 세상에 울러 퍼져요. 그것은 희망에 대한 바람이고, 사랑에 대한 갈구이고 모든 사람의 진실한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