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다시 8월이 왔다. 우리가 일제 식민으로부터 광복된 지 72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주변 강대국의 영향을 받고 있고,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라는 말이 세계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사에서 발언권조차 얻지 못할 때가 많다.  어느 때보다 북핵 미사일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되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천우신조요, 천만다행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광복과 전쟁, 분단을 겪으면서 폐허 속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G20 국가로서 세계무대에 선진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설 수 있게 되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다른 나라를 원조하는 나라가 되었다.

88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얼굴을 내밀었고, 2002 월드컵을 통해 세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사이 삼성과 현대는 각각 휴대폰과 자동차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고, K-드라마와 K-팝은 한류대중문화의 세계화를 선도했다. 한류대중문화가 전파된 곳에서는 한국 라면과 김치가 인기 음식이 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어느 때보다 한국은 세계로부터 호감받고 각광받고 있다.

전쟁의 위협과 문화적인 호감, 그 사이에 우리나라가 있다.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부터 머리를 잘 써야 한다. 우리 스스로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진정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위기와 선택의 기로에 서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려면 국민이 똑똑해져야 한다.

▶한국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진정한 한국인이 나와야 한다.

나는 1년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지내는데, 외국에서 보면 한국이 더 잘 보인다. 한국의 상황을 걱정하면서 “지금 선택을 잘 해야 하는데……. 지금 국민들이 깨어나야 하는데…….” 이런 마음으로 잠 못 이룰 때가 많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복잡해 보인다. 내부에서 단합하지 못하고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로, 세대로, 지역으로, 계층적 이해로 갈등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관계는 대화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미, 중, 일, 러의 세계 초강대국 사이에서 국제관계는 어떻게 운신해야 할지 모를 만큼 복잡하다.

이 문제에 해결책을 찾고 내놓아야 할 정치인과 지식인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복잡하다. 복잡하다. 복잡하다”면서 문제만 잔뜩 늘어놓고, 답을 내놓지 못하고 끝나는 정치토론회가 대부분이다. 어떻게 이 짐을 대통령 혼자 감당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에게는 똑똑하고 반듯한 지식인 친구가 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한국인이 되었고, 한국인보다 한국 고유의 정신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진정한 한국인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한국 이름 이만열 교수다. 예일대와 동경대, 북경대와 하버드대를 거친 석학으로 특히 아시아의 역사, 철학, 문화에 관한 그의 식견은 탁월하다.

16년 전에 ‘한국인에게 고함’이라는 책을 쓴 나로서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만남에서 확인한 한민족 정신문화의 정수인 천부경과 홍익정신에 관한 공통된 관심사로 만남은 몇 년째 이어졌다. 인류문제와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과 관련하여 깊은 대화를 나눈 끝에 작년에는 ‘지구경영, 홍익에서 답을 찾다’라는 책을 공저했다.

얼마 전 뉴질랜드에 있을 때 이만열 교수에게서 최근 집필을 마친 신간의 초고와 함께 추천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는 우리 국민이 한국의 정신적 가치로 대한민국을 넘어서 지구환경을 위한 행동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격동하는 세계의 한복판에서 가장 객관적인 눈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 한국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졌다.

외국 출신의 이만열 교수도 알고 있는 한국의 가치를 우리 국민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진정한 한국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는지, 그것에 국민적 공감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그 공감이 없이는 정치, 종교, 사상, 계층, 세대, 문화적 대립을 넘어설 수 없고, 국민이 하나로 단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정치인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 세계 나라 가운데 먼저 철든 나라, 어른의 나라가 나와야 한다.

21세기 인류사회는 물질문명의 폐해가 극단으로 치달아, 인간성 상실과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물질적 탐욕과 이기심과 무한경쟁의 추구는 인성을 병들게 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인류사회를 종말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인류사회는 역사적으로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며 전쟁을 했고, 종교전파를 명분으로 전쟁을 했고, 평화를 지키겠다고 전쟁을 했다. 급기야 공멸의 무기인 핵폭탄을 만들고, 방어력과 억지력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이래서야 어떻게 인류사회가 공존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고, 지구촌의 평화가 오겠는가!

더 이상은 전쟁도, 환경오염도 안 된다.

강소국이라는 말이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의미이다. 작다는 것은 군사력이나 영토나 인구가 작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강하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만하면 경제적으로 강하다. 그러나 주변 강대국을 넘어설 정도는 결코 아니다. 군사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처럼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만약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욕심을 부린다면, 대립과 멸망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으로 강해야겠는가?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는 바로 정신의 힘이 강한 나라요, 위대한 정신을 가진 나라다. 우리나라는 위대한 정신을 가진 나라다. 21세기 인류평화와 지구환경을 위해 꼭 필요한 위대한 정신, 홍익정신을 가진 나라다. 홍익인간 정신은 국조 단군이 고조선을 세우기 전부터 한민족의 뿌리에 있었다. 큰 정신을 가진 나라, 위대한 정신을 가진 나라가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가치요, 이것을 아는 사람이 진정한 한국인이다.

우리나라 말에 ‘철든다’는 말이 있다. 철이 든 사람이 어른이다. 어른은 얼이 큰 사람이다. 얼이 어리면 어린이고, 얼이 자라서 성숙해지면 어른이 되고, 얼이 완성되면 어르신이 된다. 이것이 한민족의 정신세계 속에 있는 인간완성의 모델이다. 사람은 얼을 갖고 태어나서,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고 어르신이 되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그래서 얼이 큰 사람은 어른이고, 어른은 조화롭다. 어른은 스스로도 조화롭고 건강하고 밝은 마음을 지녀서, 사람과 민족과 인류를 걱정하고 키우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말에서 제일 큰 칭찬이 어른스럽다는 말이다.

철이 안든 사람이 힘이 세면 힘자랑하려고 싸움만 한다.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철이 안든 힘센 나라들은 전쟁을 일으켰다. 그런 나라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 전 세계가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때로는 철이 안든 종교가 국가를 이용해서 침략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나라는 철든 나라가 아니고, 그런 종교는 철든 종교가 아니다. 사람도 철이 들어야 하고, 나라도 철이 들어야 하고, 종교도 철이 들어야 한다. 철이 들어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친구 사이가 될 수 있고, 친구가 되어야 평화를 만들 수 있다.

▶ 코리안스피릿, 홍익정신은 어른이 되는 정신이다. 국학원에서 코리안스피릿을 만나고 체험하기를 바란다.

어른의 나라! 내가 원하는 대한민국은 어른의 나라다. 크고 위대한 정신을 가진 나라가 바로 어른의 나라다. 우리는 지난 2천 년간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받아왔으며 아직도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위협 속에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의 기나긴 세월을 참고 견디어 온 덕분에 우리는 성장했고, 세계 모든 사상과 종교와 문화가 들어 올 수 있는 포용력을 갖게 되었고, 어른의 나라가 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 옛 조상들은 “다 때가 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때가 온 것이다. 어른의 나라가 될 수 있는 때, 바로 천시가 온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 철든 국민이 많이 나와야 한다. 어른이 된 국민이 많이 나와야 한다. 한국의 가치를 알고 진정한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선언하는 국민이 많이 나와야 한다. “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 나는 한국을 세계 앞에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드는 한국인이 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철들고 어른이 된 국민의 마음자세다.

이러한 국민들이 솔선수범해서 나라를 살리고, 더 나아가 홍익정신을 세계로 확산해서 인류평화와 지구환경 회복에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간과 지구환경을 살리는 평화의 목소리를 내고, 생명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국가와 종교, 인종과 빈부를 넘어서 진정한 지구촌을 실현하는데 앞장서는 어른의 나라, 이것이 내가 그리는 대한민국이다. 홍익 대한민국의 미래다.

그리고 이것이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의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다. 이를 위해 나는 한국의 진정한 가치가 살아나고, 진정한 한국인이 탄생하기를 바라며, 2004년에 천안 목천읍 흑성산 독립기념관 뒷편에 국학원을 설립했다. 국학원은 코리안 스피릿, 홍익정신의 요람이요, 홍익인간 양성의 산실이다.

국학원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는 코리안스피릿, 홍익정신의 상징인 국조 단군상이 세워져 있다. 나는 귀국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국학원과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을 걷는다. 늦은 밤에 한 손에 지구를 들고 홀로 서 있는 단군상을 보면,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오는 손주를 기다리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그 마음이 아닐까? 국조 단군이 민족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과 후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우리 국민이 더 이상 선전과 선동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국민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 촛불을 든 마음이나, 태극기를 든 마음이나 모두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외면적인 행동이 아니라 더 깊이 스스로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 마음 깊은 곳에서 정신을 깨워야 한다. 진정한 한국인의 정신, 홍익정신을 일깨워야 한다. 그래야 한 손에 태극기를, 한 손에 촛불을 들고 서로 함께 웃으며 만날 수 있다.

국민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한다. 홍익정신을 가져야 뇌를 잘 쓸 수 있다. 그러면 똑똑한 국민이 된다. 문제해결도 잘 하고, 창조적인 국민이 된다. 5천만 명 국민 가운데 100만 명이라도 한국의 가치를 아는 진정한 한국인, 밝고 강하고 어른스러운 국민이 나온다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이 되는가? 그 상상만하면 희망이 생긴다.

이 시대에 어른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어른이라면 인성회복과 지구환경을 회복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4대 성인이 이 시대에 다시 온다고 해도 할 일은 똑같을 것이다. 그 일을 우리나라가 나서서 모범이 되자는 것이다. 널리 인간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정신으로, 인간과 지구환경을 살리는 일에 우리 국민이 앞장서고 우리나라가 앞장서자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인류와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국민들이 국학원 한민족역사문화공원으로 발걸음 하기를 바란다. 국학원에서 홍익정신을 만나고, 한국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인류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르게 진단하는 눈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함께 우리나라가 가야할 새로운 방향을 함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코리안스피릿, 홍익정신을 만나고,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선언하기를 바란다. 거기에 대한민국의 유일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님의 <뇌와 지구경영>칼럼이 게재됩니다. 현 시대 우리나라 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 해법은 무엇인지, 홍익정신으로 바라본 이승헌 총장님의 깊은 통찰과 혜안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