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과 한국학은 다르다. 우리민족을 기준으로 국학은 절대적인 개념이지만 한국학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국학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세계에 기반한 철학과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 전반을 말한다. 이에 비해 한국학은 역사 속에서 외래문화와 외래학문이 유입되고 융합되어 정착한 학문이다. 미국 교과서에 ‘한국은 고유한 정신문화가 없고 있다면 중국과 일본의 아류’라고 되어 있었던 이유는 한국학만 알려졌지, 국학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국학은 우리의 정체성이자, 우리 인문학의 근간이 된다. 이러한 국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안다면 학문의 상아탑마다 국학과가 있어야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국학과 석사, 박사과정이 있는 대학은 하나밖에 없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다. 안타까운 우리 정신문화의 현 주소다. 국학과 학과장 조남호 교수를 만나서 지난 15년간 국학을 학문적 영역에서 발전시켜 온 이야기를 들어본다.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학과장인 조남호 교수. <사진=김경아 기자>

▶ 국학과는 우리나라 대학과 대학원을 통틀어 유일하다고요. 국학과가 생길때부터 계셨는데, 국학과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의미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2003년에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가 개교했습니다. 개교 당시에는 평화이론, 평화교육, 평화체제의 3개 전공이 있었고, 전공마다 석사, 박사 학위과정이 있었어요. 그 이후에 우리민족의 전통 선도의 이론과 수련을 연구하는 단학과가 만들어졌는데요. 단학의 이론이 평화이론과 맥락이 같아서, 두 과를 통합해서 국학과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에 사단법인 국학원이 설립되고, 2004년에 국학원 본원이 건립되면서, 국학에 대한 학술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제기가 된 것도 중요한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교수님은 원래 철학을 전공하셨지요? 국학과는 어떠한 인연이 있으셨던 건지요?

국학과 석사, 박사가 우리 대학원이 처음이니까, 저는 국학과와는 연관이 없었어요.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전공은 퇴계율곡의 성리학입니다. 그러니까 국학보다는 한국학 쪽이었습니다. 자연히 국학에 대한 저의 이해는 낮았습니다. 국조 단군을 신화 속의 인물로 알았고, 홍익인간 사상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익숙했던 학문세계의 눈으로는 낯설고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떤 분이 제게 5년만 지나면 절로 알게 될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국학과에 몸담으면서 총장님과의 대화, 국학에 대한 학술연구, 교수들과의 토론, 학생들과의 수업을 통해서 국학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절로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면면히 내려온 단군사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우리나라 불교철학이나 퇴율 성리학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교수님의 학문적 여정이 한국학에서 국학으로 이어진 거네요. 그럼 누구보다도 국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잘 이해하셨을 것 같습니다.

평화이론과 단학이 맥을 같이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총장님이 1985년에 단학 책을 처음 내실 때 단학은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홍익인간 정신과 선도 단학이 우리 국학의 정수이니, 국학도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말씀하신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출발점은 나로부터 출발해야 된다는 것이고, 나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그것이 잘못하면 이기주의로 빠질 수 있기에 민족이라는 준거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민족도 준거점이 없이는 선민의식이나 자국 우월주의적 사고방식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인류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류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도 나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공허한 이상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3개가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삼수(三數)라는 측면에서는 딱 맞게 설명이 되는 겁니다.

여기서 총장님은 한걸음 더 나아가셔서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이라는 현 시기 우리 국학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밝히셨지요.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길, 한민족의 탄생과 지구경영을 위하여 국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 3국 가운데 국학의 발전이 가장 약하지요. 중국과 일본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국학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하던데요.

예, 중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국학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학문적으로 실용적으로 발전시키는 나라입니다. 예전에 3국의 국학 관계자들이 국학원에서 모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학원이 민간단체가 설립, 운영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중국과 일본학자와 관계자들이 적지 않게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중국와 일본은 국가 정책과 국민 교육에서 국학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단군기원을 부정당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제국주의 학자들에 의해 고려 말에 민족이 형성되었다는 헛소리가 경성제국대학을 통해서 유포되었고, 일본강점기가 끝나고 미국적인 사유들이 들어오면서 일본 민족주의와 독일 민족주의가 전쟁을 일으킨 것을 경계하면서 민족주의 해체 주장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것입니다.

일본강점기의 민족말살론에 해방 이후 민족해체론까지 우리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상실한 것이지요. 그래서 중국이나 일본에 대해서 정신적 자존감을 갖지 못하고, 학문세계에서 당당함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서 국학원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에 비해, 역사학계의 미온적인 태도는 그것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지난 11월 25일 경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청소년 화랑도 학술회의'에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화랑도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조남호 교수.(가운데) <사진=강나리 기자>


▶ 홍익인간이 평화 사상인 만큼 우리 국학이 융성해지는 것이 동아시아의 평화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궁극적으로는 문화 전파 경로나 누가 누구의 기원이라던가 하는 문제보다는 앞으로 동아시아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서 어떤 정신과 사상이 필요한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홍익인간 사상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서 필요한 사상이고, 홍익사상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국학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국가정책에 홍익인간 사상이 배어 있어야 합니다. 교육과 문화, 복지정책이 홍익인간 사상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방과 외교에 있어서도 홍익인간 사상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학은 우리에게 생존이자 정신, 즉 자존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국학과는 홍익인간 사상에 바탕을 둔 동아시아 평화와 인류평화를 위해 화합하고 협력하는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학문적 연구와 인재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15년간 그 방향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 우리 국학이 정신적인 자존감과 문화적인 포용력에 근간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현대 국학운동이 국학과를 낳았다”라고 하던데요.

예, 1987년 민족정신광복운동본부의 설립과 이후 개천절 및 단군문화 복원운동, 1990년대 말 통일기원 국조단군상 건립운동, 2000년대 초반 중국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 우리역사지킴이 운동 등의 현대 국학운동의 성과에 기반하여 국학원이 설립되고, 대학원 국학과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 국학운동에는 민족 선도의 심신수련 기관인 단월드 (구, 단학선원)의 수련생들이 홍익인간으로서 심신을 수양하고 그 실천 활동으로 자발적으로 홍익을 실천하고, 국학운동을 전개해 온 것이 가장 큰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8년간 현대 국학운동을 이끌어 오신 이승헌 총장님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어떠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지지도 없이, 민간운동 차원에서 국학운동을 전개해 오고, 이러한 운동을 평화운동 차원으로 세계적인 지구시민운동으로 전개하셨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문의 세계 안에 갇힌 국학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문제, 우리와 주변국과의 문제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해결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가 우리 국학에는 처음부터 중요했습니다. 학문적 영역에서 박제화 되고, 사회적으로 잊혀졌던 홍익인간 정신이 국학원과 국학운동으로, 대학원 국학과 석사, 박사로 발전된 것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국학과에 대한 소개를 해 주시겠습니까?

국학과는 국학전공, 명상치유전공, 단태권도 전공이 있습니다. 국학전공에는 홍익철학 파트와 역사파트가 있습니다. 홍익철학 파트에는 홍익사상에 대해서 제가 담당하고, 선도문화와 철학은 임채우 교수님이 계십니다. 역사파트에서는 선도역사에는 정경희 교수님이 계시고, 한일상고사와 교류사 분야에는 홍윤기 석좌교수님이 계십니다.

명상 자연치유전공은 선도수행과 자연치유, 단학을 연구하고 있고, 최남율 교수님이 담당하고 계시고, 단태권도 전공은 단태권도와 기공을 연구하고 있고, 임병렬 교수님이 계십니다. 학문적인 분야와 실용적인 분야가 함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배출한 석사는 110명, 박사는 38명입니다. 이인철 경복대학교 교수님, 김종현 창원대 교수님, 박미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님 등 국학과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는 분도 있고, 국학원 본부와 지역 국학원에서는 국학운동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도 많습니다.

▶ 국학과의 그동안 학문적인 연구 성과와 업적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대학원에 국학연구원에서 매년 발행하는 학술연구지‘선도문화(仙道文化)’가 있는데 한국연구재단에 공식적으로 등재지로 인정받았습니다. 선도문화는 2006년부터 발행되었고, 2012년에 등재지가 되었습니다. 보통 등재지는 학술단체나 학회에서 발간한 학술지에 많이 주어지는데, 대학교 소속으로 등재지는 별로 없고요. 대학원대학교로서는 우리가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로서 논문심사에서 출판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등록하고 또 연구재단의 서버에 저장이 됩니다. 단군사상과 선도문화를 연구하는 학술지가 국가에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는 등재지가 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 매년 국학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국학연구원은 매년 학술대회를 개최해 왔고, 또 국학원과 함께 개천학술대회를 연례적으로 개최해 왔습니다. 올해에는 지역 국학원과 연계해서, 각 지역의 국학과 선도문화를 발굴하고 재해석하는 학술대회를 했는데요, 강원지역과 경북지역 국학원과 했습니다. 경북 국학원과는 화랑도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했습니다.

몇 년 전에 부산 해운대구에서 최치원 선생 관련 학술대회를 했는데요. 그 다음에 최치원 특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학술연구와 문화 복원이 잘 연결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지역에 내려오는 선도문화의 전통을 발굴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그 의미를 시민들과 방문객에게 알려주는 사업을 지역 국학운동과 협력하여 진행하려고 합니다.

▶ 국학과에서 독립운동 및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조명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국학원과 함께 홍암 나철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역사적 재조명을 해 왔고, 개인적으로는 일본 강점기에 한글운동을 하신 분들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주시경 선생, 최현배 선생, 이극로 선생, 정열모 선생 등 이러한 분들이 한글학자(국어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 분들은 동시에 역사학자셨습니다. 바른 역사관, 철학관을 갖는 것이 모든 학문을 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글운동과 국학인물 열전 시리즈를 코리안스피릿에 연재하고 있었는데, 요즘 학과장을 맡아 바빠서 잠시 중단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해야지요.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조남호 국학과 학과장은 "사람도, 민족도, 인류도 뿌리가 깊어야 합니다. 진정한 한류는 한민족의 정신인 홍익인간 정신에서 출발해야 합니다."라며 국학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 지금 국학과가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데요. 어떤 학생에게 입학을 추천하고 싶습니까?

우리민족의 전통 철학과 사상, 역사를 연구하고, 이에 기반한 인문학을 연구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환영입니다. 국학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방안, 국학을 국가정책적으로 연구하고 지원하고 적용하는 방안, 국학을 세계화하기 위한 연구 등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 연구와 실천 양쪽에 관심이 있는 분이 입학하시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에게 국어, 국사, 사회문화, 철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권하고 싶고, 공무원으로서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도 권하고 싶습니다. 국학연구가로서, 국학교육자와 강사로서, 국학운동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으신 분도 입학하셨으면 합니다. 석사과정에 10명, 박사과정에 5명 뽑을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랍니다.

▶내년도 국학과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시는 학술연구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내년에는 국학원, 글로벌사이버대학교와 함께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있는 역사인물들을 콘텐츠화해서, 국민 홍익정신교육의 장으로서 역사문화공원이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할 예정입니다. 국학 콘텐츠와 국학교육 전문인력 양성을 연결해서 국학대중화에 학술적으로 기여하려고 합니다.

천손문화연구회에서 하고 있는 상고사 연구, 가야사 연구, 일본사 연구 등을 통해 천손사상과 천손문화에 대한 연구와 학술발표도 계속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홍익철학을 세계적으로 연구하고 알리는 학회 설립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뿌리가 깊어야 합니다. 사람도, 민족도, 인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외부로 향한 눈을 안으로 돌려서 우리 스스로 가치를 찾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진정한 한류는 한민족의 정신,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입니다. 국학을 통해 대한민국의 가치, 한민족의 가치를 우리 국민부터 알고, 주변국들에게 그 정신문화를 전파함으로써,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를 선도하는 문화국가로서 위상을 갖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입니다. 그 바람의 답이 국학에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로부터 국학! 새기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