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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상아탑에서 지구경영으로”[코리안스피릿 인터뷰]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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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5  08:50:28
글=신미조 기자/사진=김경아 기자  |  k-spirit@naver.com

진정한 지식인의 책임에 관한 공동의 추구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 경희대 교수는 문화, 역사, 정치, 국제관계에 관한 많은 책과 논문을 영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로 펴낸 저자이다. 아시아 고전문학 전문가인 그는 지난 10년 사이 한국과 아시아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지식인이 되었다. 그의 저서《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은 3권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었고, 한국 정부도 그의 업적을 인정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최근 경희대를 떠나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와 ‘지구경영원’이라는 새로운 싱크탱크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리안스피릿에서는 페스트라이쉬 교수를 만나 이러한 결정을 한 이유와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 교수님은 하버드대학교, 예일대, 도쿄대에서 공부하고, 일리노이대학, 조지 워싱턴대학과 경희대에서 20여년 가르친 아시아연구로 유명합니다. 유명대학에서도 인정받으신 분이 새로 생기는 지구경영원의 원장으로 가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교수가 되거나 유명대학 근무가 지식인에게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요 연구기관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요. 저는 훌륭한 교육을 받았고 여러 외국어를 배웠습니다. 그것은 제가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유명한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보상받아 누리게 된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제가 다닌 초등학교 청소부 아저씨들, 대학시절에도 그리고 지금도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아주머니들, 연구여건을 만들어 주는 운전기사, 도서관 사서, 그리고 직원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분들과 그 외에도 많은 분들에게 대해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사회에 돌려주어야 할 빚이 있다고 느낍니다. 그동안 받은 것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고, 급변하는 위기의 세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타락한 교육제도는 대학생들의 요구와 귀중한 지구의 요구에 더 이상 부합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평범한 시기였다면 학생들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헌신적인 선생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극도의 위기와 지속가능한 기회가 공존하는 몇 백 년 만에 한 번씩 오는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그러한 시기이고 제게 행동을 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논문을 쓰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급속한 기술적 진화가 우리 사회와 지역, 국가, 글로벌 거버넌스의 기관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야 할 예술과 문학은 소비와 즉각 만족을 예찬할 정도로 타락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고 기술적인 수단도 있지만, 완전히 마비가 되어서 공동체로서 함께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위험한 시기입니다. 우선 가치의 순위를 바꾸고 습관을 바꾸어야 합니다.

   
▲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교수는 "그동안 (자신이) 받은 것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고, 급변하는 위기의 세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 대학의 어떤 면이 교수님의 생각을 바뀌게 했습니까?

 

 저는 경희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교육의 심각한 위기를 깨달았습니다. 학생들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거나 이웃을 돕거나 하는 일과는 무관하게, 단지 직업을 얻기 위해 관심도 없고 어떤 영감도 주지 못하는 과목들을 공부하도록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직업에 필요한 자격증으로 전락했다는 슬픈 현실입니다. 만약 학생들이 그러한 자격증 가운데 하나를 비밀리에 구입해서 취직할 수 있다면,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쌓은 지혜와 지식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교육은 세계를 이해하거나 세계 안에서 인간의 윤리적인 역할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웠습니다. 일반적으로 학교가 그렇고, 특히 대학은 협력의 공간이 아니라 경쟁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서로 평생 갈 수 있는 우의를 다지거나, 교수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서로 소외되고 스마트폰의 가상세계에 빠져 있습니다.

 

교수들도 지식공동체를 만들기보다는 서로 경쟁해야 합니다. 오직 하나 중요한 것은 논문을 SSCI저널에 게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 저널이란 무엇입니까? 그 따분하고, 전문가들만 아는 용어로 가득 찬 학술지는 몇몇 학자들이 편집합니다. 이러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우리 사회에는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지도 못합니다.

일반 시민에게도 이야기를 해야 하고, 제자들과 학생들이 이 시대의 위기에 관해 진지한 토론을 함께 하기를 바라며, 이것이 저의 윤리적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와 빈부격차, 핵전쟁의 위협과 사회적 가치의 퇴락, 그리고 환상이 아니라 굳건한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합니다.

 

▶ 경희대학교에 재직하시면서 심경의 변화를 가져 온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까?

 

 그동안 저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 많은 대중 강연을 했고, 신문과 잡지에도 수 백편의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저의 그런 활동들을 대학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과 재계약을 할 시기에 자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망설였고, 그래서 아직 정교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교수 승진을 위해서 교육부가 요구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위기의 시기에 요구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학기에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수업을 했습니다. 저는 대학생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알려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사고방식의 전환을 포함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계획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첫날 강의에 들어가니 학생이 5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학생들이 가득 차지 않은 강의를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과에서는 10명이 되지 않으면 강의는 폐강되고 결과적으로 봉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통보했습니다.

 

나중에 경제학 관련 수업들은 필수과목으로 되어 있고, 내 수업은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수업을 수강하기를 원했던 학생들이 꽤 많았는데 수강할 수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최종적으로 기후변화 수업은 폐강되지는 않았지만, 저는 대학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수의 역할이 미래를 위해 학생들을 준비시키거나 학생들에게 윤리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점을 주고, 추천서를 써 주고, 아무도 읽지 않는 전문학술지에 기고하는 것이 교수로서의 목적이 되어버렸습니다.

학생들에게 경제교환의 윤리적, 문화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수학적으로 물가 상승과 이자율을 계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경제학 수업이 제 기후변화 수업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기후변화가 경제학보다 덜 중요한지에 관한 공개토론을 학과장에게 요청했지만 그러한 토론은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생들, 지식인들, 모든 사람이 우리 시대의 주요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더 이상 대중매체에 의해 조작되고 비디오게임에 의해 왜곡된 수동적 소비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어떤 삶이 윤리적인 삶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매일 그러한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용기 있게 창조적으로 행동하는 적극적인 시민이 되어야 하고, 사상가가 되어야 합니다.

 

▶ 작년에 <지구경영, 홍익에서 답을 찾다>라는 책을 이승헌 총장님과 공저하셨는데, 그것이 이번 결정에도 영향이 있으셨던 것인지요?

 

 제가 97년에 한국에 있을 때 1년간 단월드 센터에서 수련을 했어요. 그때는 총장님을 뵙지는 못했죠. 수련생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미국에 교수로 가게 되었습니다. 총장님을 만난 것은 5년 전이었어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책에 대해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와 학생에게 강의 초청을 받았어요.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나온 외국인 교수가 한국의 진정한 가치와 홍익정신, 단군 이야기를 하니까 총장님이 관심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인연으로 총장님이 설립하신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도 하면서 벤자민학생들을 만나고, 한중일 지구시민 청년 워크숍에 강의도 했어요. 제가 동북아시아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한다고 이야기해도, 실제로 대학들에서는 그렇게 하지를 않아요. 그런데 벤자민인성영재학교와 지구시민청년연합 (YECO)에서는 지구시민의 정신으로, 인간사랑, 지구사랑의 대의로 한, 중, 일 청년들이 모여서 함께 토론하고 미래의 방향을 모색해요. 제가 강의를 하면서 상당히 보람을 느꼈고, 거기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총장님과 지구경영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지구환경의 문제, 인간성 상실의 문제 등 세계 전반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그 해결책으로 지구시민 정신과 운동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이제 더 큰 차원에서 지구경영에 담론을 형성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실천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공동 집필한 것은 시작이었고. 중요한 것은 이론적인 정립과 실천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경영원은 그런 목적으로 설립되는 연구소입니다.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를 선택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는 역사는 오래 되지 않았지만, 교수와 학생들이 아주 진지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 인류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해 왔어요.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활용하는 국학, 인간의 뇌를 활용하여 인성과 창의성을 회복하는 뇌교육도 그렇고, 지구평화와 환경을 위한 지구경영학도 꼭 필요한 학문입니다.

 

꼭 필요한 학문이 있는 곳이고, 총장님도 늘 강조하시지만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실천적인 학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 고대사는 잘 모릅니다. 17~18세기 한국, 중국, 일본을 연구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지구경영원에 가면 제로(0)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반면에 대단한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살리고, 일본이나 중국의 전통 가치를 함께 살려서 어떤 접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대학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 교수님은 지구경영원의 어떤 점에 끌렸습니까?

 

 지구경영원은 정부나 자금을 대는 사람이 요구하는 사항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 직면한 이슈를 다루는 데 전념합니다. 우리는 제로에서 출발할 것이고, 교육제도가 졸업생들의 취업을 위해 필요한 것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에 반대할 것입니다.

 

이 시대의 실질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학생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소중한 지구를 경영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서, 우리는 직접적으로 이 시대의 가장 주요 이슈들을 제기할 것입니다. 그러한 움직임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물론 엄청난 자유과 잠재력이 생기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인류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바꾸려는 우리의 노력에 국내와 전 세계적으로 많이 동참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구경영원에서는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긴밀하게 관여하지만, 하나의 가공대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학생들, 동료 연구자들은 평생 함께 일할 소중한 파트너입니다. 지구의 실제적인 이슈들을 제기하는데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라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들을 도울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제품이나 수입원이 아닙니다. 우리는 주주를 위해 돈을 벌거나 자금을 대는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위기의 지구를 구하는 일에 진정한 용기를 내서 나설 것입니다. 저는 지구경영원이 단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번영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로에서 출발하지만, 어떤 제약이나 한계도 없습니다. 비전을 공유하는 모든 사람의 동참을 환영할 것입니다. 유명 학교 출신이나 부유한 집안 출신일 필요는 없습니다. 인기 작가 오리슨 마든은 “특별한 기회를 기다리지 마라. 평범한 기회를 잡아서 위대하게 만들어라.”라고 했습니다.

   
▲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은 교육을 되살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인문학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 ‘지구경영’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우리 70억의 인류는 역사적으로 최초로,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까지 서로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례 없는 기술발달과 기후변화의 진행으로 이렇게 연결된 것입니다. 인류의 생존여부는 지금 바로 협력하고, 공통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을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유엔, 세계은행과 같은 많은 글로벌 조직이 이러한 이슈를 제기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은 부분만을 담당할 뿐, 충분히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합니다.

더욱이 그들은 장기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지도 못합니다. 우리는 지구경영으로 알려지는 새로운 학문분야와 더 중요한 실천분야를 창안해야 합니다.

 

지구경영원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여 지구를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 연구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실천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리는 방법도 연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한정하지 않고, 보다 공정한 사회와 보다 정이 넘치는 사회 그리고 단기적인 열광이 아니라 장기적인 필요에 중점을 둔 협력과 공조의 문화를 위해 연구할 것입니다. 보다 영적인 깨달음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 현 문명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필요치 않은 상품을 만드느라 목재를 남벌하여 숲을 파괴하거나 잘 먹지도 않는 생선을 값싸게 공급하느라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을 보면, 얼핏 보아도 아주 충격적입니다. 우리는 자기파괴를 하고 있고 우리 행동의 결과를 병적일 정도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의 뇌와 우리의 습관과 충동을 뒤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뇌교육이 지구경영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문명의 문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것입니다. 미래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미래가 없다는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지구반대편이나 세계 사람들,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나 소비할 수 있다는 그런 광고에 길들여졌습니다. 그러한 소비문화가 신중하게 깊이 생각하는 문화를 없애 버렸고, 우리는 유명세, 등급, 수입과 규모로 가치를 매기고 있습니다.

 

미래는 초현대적 스마트시티가 아닙니다. 실행가능한 미래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전통적 문화 속에 있는 요소들을 재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장과 소비의 관점에서 가치를 평가합니다. 친절, 겸손, 절제와 인내는 이 경제체제에서는 하찮게 여겨집니다. 이것을 멈추어야 합니다.

지구경영원이 완전히 독자적으로 서게 된다면, 우리는 이러한 문화적 위기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 이 시대에 지구경영이 필요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변화를 원한다고 말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혁명’이라는 단어를 피상적으로 대충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촛불혁명이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듣는데요. 혁명은 아주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용어입니다. 그것은 위험합니다. 철학자 비트겐쉬타인은 “혁명이 언제 끝날거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라고 질문한 것처럼, 혁명이란 쉽게 통제불능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질문은 지구경영에서 핵심적입니다. 우리는 급속한 변화를 필요로 하지만 권위주의는 피해야 합니다. 그것은 문화의 변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합니다.

 

러시아혁명의 경우, 사람들을 신속하게 동원하기 위해서, 과거에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협력을 도모했던 과거의 전통을 해체하려고 한 급적적인 변화의 첫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습니다. 스탈린과 같은 사람은 개인적인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혁명적인 사상을 이용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혁명 후 새 사회는 대체하려고 했던 자본주의 사회와 같은 사고에 따라서 운영되었다는 것입니다. 상품이 제조되고 생산되어야 했기에, 공장이 세워지고 제조업은 지속가능성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시민들을 위한 영적인 세계는 없었습니다.

 

지구경영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로 알려진 것처럼, 지구적인 시각과 지역적인 실천이 결합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겸손과 절제와 절약과 생태계와 미래세대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전통문화 속에 있는 자산들을 재평가하여 그 비전에 포함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대적 이상향을 추구한다면서 과거를 내팽개치지는 않습니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과거에서 위대한 보물을 찾을 것입니다. 과거는 지루하고 현대 사회에는 쓸모 없다는 위험한 신화를 극복해야 합니다.

 

▶ 기술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기술은 지구경영의 학문적 발전에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에는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갖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즐기거나 지구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기술은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또한 우리를 고립시키고 수동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주변 세상과 긴밀하게 교류하기 위해서 사람도 사귀고, 책도 읽고, 산책도 나가야 합니다. 지구경영은 기술관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술을 관리해서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구를 파괴하는 기술이라면 ‘안돼!’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우리 문화에서 정직과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지요. 그러나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지구경영원이 이러한 역할을 할 것은 대단한 영광 입니다.

 

▶ 한국에서 시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제로에서 시작하지만, 사실 한국은 교육을 되살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인문학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한국과 아시아의 유교, 불교, 도교의 최고의 전통에 기반하여,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진짜 이슈에 관해 정직하게 토론하고, 어떻게 해결할 지에 관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입니다.

 

세계 각지에 기후변화와 같은 진짜 이슈를 함께 논의할 사람들이 모인 지구경영원을 세울 계획입니다. 지구경영원은 지역 공동체와도 연결되고, 전 세계적으로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입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한 계획을 수립할 때,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과거는 현대화의 장애가 아니고,  좀 더 정이 넘치는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창조적인 영감을 주는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생각하면 K팝이나 스마트폰을 떠올립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한국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더 깊이 들여다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1929년에 한국에 관한 시를 썼습니다. 그 당시 한국과 인도는 식민지배 하에 있었고, 자국의 독자적인 문화를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났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타고르는 식민압제에 항거하여 1905년 헤이그 평화회의에서 자결권을 주장했던 한국의 엄청난 잠재력을 본 것입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타고르는 한국이 아시아를 근원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이끌 수 있고 미래로 가는 길을 밝혀 줄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올 잠재력이 한국의 과거 속에 있습니다. 그것은 여기서 일일이 밝히기에는 너무 많습니다. 한국의 평화공존의 전통일 수도 있고, 생태농법의 전통일수도 있고, 경천애인의 철학일 수도 있습니다.

 

▶ 교수님은 지난 10년간 아시아인스티튜트를 운영해 오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과는 어떻게 연결됩니까?

 

 지구경영원은 아시아인스티튜트를 보완해줄 것이며, 두 기관은 이미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역할은 다를 겁니다. 아시아인스트튜트는 글로벌경제의 중심이자, 점차 가장 중요한 문화생산의 원천이 되고 있는 아시아에 집중할 것입니다. 지구경영원은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기후변화와 국제관계의 변화에 기술을 갖는 의미 등과 같은 연구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경영원은 한국이나 아시아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지구경영원은 유엔헌장의 근간인 평화에 관한 영감을 주는 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할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정치과 문화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촉진할 것입니다.

 

지구경영원은 아시아에서 몇 가지 영감을 얻지만, 궁극적으로 윤리적인 삶을 원하고 이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헌신하고 싶은 전 세계의 시민을 대상으로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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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미조 기자/사진=김경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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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6 화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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