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스피릿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창의성과 인성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는 시대에 살아갈 아이들이 미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흔히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들의 가장 흔한 바람이다. 어릴 적에는 그저 밝고 건강하기만을 원했던 그들은 아이가 자랄수록 '공부를 좀 더 잘했으면….', '좋은 대학을 갔으면….', '좋은 직장에 취직했으면….' 등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가 행복하고 편안한 인생을 살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때로는 아이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국내최초 고교 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4기 신승지 양(19세)의 어머니 강윤희 씨(48세, 식당운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승지 양에게 내내 공부만 시켰던 윤희 씨는 승지가 공부에 지쳐 포기를 선언하자 운동을 권했다. 그 후 사이클을 시작한 승지 양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1년을 사이클 선수로 활약했다.

▲ 벤자민학교 4기 신승지 양의 어머니 강윤희 씨 <사진=강윤희 제공>

전국에서 메달을 딸 정도로 실력이 있었던 승지 양이 어깨 부상을 두 번정도 당하자 윤희 씨는 자신의 욕심에 가려져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승지 양의 고통을 보게 되었다.

"아이가 공부하기 싫다고 했을 때, 그 원인이 저에게 있는지 모르고 공부를 안 하기 위한 핑계라고만 생각했어요. 사이클도 제 권유로 하게 된 것이었고요. 그런데 아이가 메달을 따 오니까 욕심이 생겼나 봐요. 승지가 다치고 나서야 비로소 '정말 힘들었겠구나, 엄마 욕심이 너무 컸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지금이라도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 찾아보던 중 벤자민학교를 알게 되었어요. 벤자민학교만큼은 입학부터 승지가 선택할 수 있도록 강요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선택하더라고요."

▲ 승지 양이 사이클 선수 시절의 모습. <사진=강윤희 제공>

벤자민학교 입학 후에도 윤희 씨는 아이를 대하는 오랜 습관을 버리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자신을 옥죄고 있던 틀에서 벗어난 승지가 온종일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자 윤희 씨는 다그치고 나무라며 걱정과 불안의 나날을 보냈다. 

"예전에는 공부할 때는 공부에 집중하게 하고, 운동할 땐 운동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주고자 작은 심부름도 시키지 않았어요. 아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지요. 벤자민학교 초기에 이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칠 줄 알았는데 제 생각과 달리 잠만 자니까 답답했던 것 같아요. 부모 눈에는 아이가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은지 보이니까 조바심이 더 났었어요.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불안해서 참 많이 울었어요. 처음에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울었고 나중에는 두려워서 울었지요. 괜한 걸 도전한 것은 아닌지, 무서웠어요. 벤자민학교가 지금 현 교육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고, 공부 위주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운동으로 3년 쉬었으니 공부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욕심도 있었고요."

▲ 승지 양은 벤자민학교 입학 후 국토종주, 캠프, 뮤지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긍정적이고 활기찬 모습으로 변화했다. 사진은 뮤지컬 공연 당시 모습. 맨 맢줄 가운데 앉아 있는 여학생이 승지 양이다. <사진=강윤희 제공>

승지 양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월에 자전거 국토종주를 다녀온 뒤 부터였다. 국토종주를 하며 승지 양은 엄마에게 정답을 물어보는 습관, 투덜거리고 자주 짜증 내는 모습 등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 이후 어떤 일이든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서 추진하는 능력과 긍정적인 생각,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전국을 돌며 국토종주, 캠프, 뮤지컬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승지 양이 변화하자 윤희 씨가 바뀌었고 온 가정이 바뀌었다. 가족간의 대화가 늘고 웃음이 많아졌다. 폭염 경보가 내릴 정도로 무더운 여름, 가족들은 다 같이 승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하루에 30~50km씩 자전거를 타기도 하며 서로의 입장을 체험해 보았다. 

▲ 승지 양의 가족들은 사이클 선수 시절 승지 양의 고통과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사진=강윤희 제공>

"승지가 저를 정말 무서워했어요. 엄마 머리 뒤에 마귀할멈이 서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허물없는 모녀 사이가 되었어요. 화를 내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지요. 전에는 학교와 학원에 아이를 맡겨놓고 '알아서 하겠지' 생각했어요. 지금은 제가 선생 또는 멘토가 되어 마음의 교감을 하지요. 하루는 승지가 저보고 '엄마는 나의 스승이야'라고 하더라고요. 감동이었어요.

처음에는 저도 불안하고 힘들었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어요.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굳이 공부에 매달리지 않아도 사람들과 조화롭고 행복하게 어울릴 수 있었는데 크면서 잊은 것 같아요. 또 현 교육 시스템이 공부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듯이 가르치니까 더 불안했고요. 그러나 '내가 만약 이 아이라면, 이런 환경에서 자랐을 때 어른이 되어서 행복할까?' 질문을 던져보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두려움을 극복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 윤희 씨와 승지 양이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승지 양은 벤자민학교 입학 후 윤희 씨를 더는 무서워하지 않고 다정한 모녀사이가 되었다.<사진=강윤희 제공>


윤희 씨에게 2017년은 매우 특별한 한 해였다. 가정의 조화를 찾고 바람직한 교육에 관해 정립했다. 나만 좋은 것이 아닌 다른 사람 모두 행복한 삶을 살기로 하며 윤희 씨는 식당 일을 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벤자민학교로 인해 '모두 하나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벤자민학교는 아이의 성장이자 부모의 변화, 가정의 평화를 찾아 모두 하나가 되는 과정이에요. 부끄럽지만, 예전에는 손님이 돈으로 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 사랑스러운 가족 같아요. 행복은 다른 곳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 밝은 빛을 내는 사람이 되면 주변 환경이 바뀐다는 것을 알았지요. 

승지도 나중에 다른 사람이 함께 행복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일반 학교도 또 다른 사회이기 때문에 분명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일반 학교가 아이들을 가둬 놓고 생각을 강요하는 느낌이라면 벤자민학교는 자유로운 환경 속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 주지요. 저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