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에서 대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 중엽부터 신라에 병합된 6세기 말경까지 조성된 고분 74기를 비롯해 모두 89기의 유구가 확인되었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은 대가야 지배계층의 집단무덤으로, 지난해 6월부터 문화재청 문화재보수정비 국고보조사업으로 (재)대동문화재연구원이 고분군의 정비를 위한 발굴조사를 하였다.

▲ 고령에서 '삼엽문 환두대도(環頭大刀)' 등 대가야의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사진=대동문화재연구원>

 

 A구역 제2호 횡구식석실묘(橫口式石室墓, 앞트기식돌방무덤)에서는 금동제 관모(冠帽), 환두대도(環頭大刀, 둥근고리자루큰칼), 말방울(馬鈴), 철제 갑옷편(小札) 등 중요 유물이 출토되었다.

대동문화재연구원은 "금동제 관모는 백제 관모와 형태가 유사하여 백제와 가야의 제작기술의 교류를 엿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구역 제2호묘 출토 삼엽문 환두대도는 인접한 지산동 제45호분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형태는 주로 신라지역에서 출토된 사례가 많아 제작기술면에서 신라와의 교류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 A구역 제2호 횡구식석실묘(橫口式石室墓, 앞트기식돌방무덤)에서는 출토된 금동제 관모(冠帽)는 백제 관모와 형태가 유사하여 백제와 가야의 제작기술의 교류를 유추해볼 수 있다. <사진=대동문화재연구원>

 

또한, 대가야 무사들이 착용했을 철제투구와 마구(馬具, 말갖춤)가 출토된 것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등자, 재갈, 말안장, 말등 기꽂이 등의 다양한 마구류가 확인되었다. 이 중 말등 기꽂이는 유일하게 지산동 518호분에서 출토된 사례가 있으며 고구려 벽화고분인 통구12호분에 보이는 개마무사의 말 등에 달린 꾸불꾸불한 기꽂이의 모양과 흡사하다.

대동문화재연구원은 이번에 출토된 철제무기와 마구류는 완전무장한 대가야의 기마무사 모습을 복원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제27호묘 출토 투구. <사진=대동문화재연구원>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지산동 고분군에서 기존에는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순장(殉葬) 형식의 묘제도 확인되었다. 지산동 고분군의 일반적인 순장 방식은 중형 봉토분 이상의 수혈식석곽묘(竪穴式石槨墓, 구덩식돌덧널무덤)에 여러 명을 순장한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 조사에서는 작은 무덤임에도 무덤의 긴 방향을 등고선 방향으로 설치한 주곽과 나란히 순장곽 1기를 설치한 새로운 순장 방식을 확인하였다.

▲ (왼쪽) B구역 제3호묘, (오른쪽) A구역 제27호묘 출토 투구.<사진=대동문화재연구원>

 제17호 무덤의 경우에는 주곽과 순장곽이 모두 판석조로 이루어진 다곽분 형태, 무덤의 벽을 풍화암반면 부분을 활용해 옆벽을 생략한 축조작업 과정의 간소화 현상도 처음 확인되었다.

이번에 발굴된 무덤은 지산동 고분군 전역에 분포하는 소형분이지만 다양한 입지와 축조시기에 따른 새로운 구조의 묘제를 확인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 A구역 제19호묘 출토 말등 기꽂이. <사진=대동문화재연구원>

대동문화재연구원은 "번 자료들은 대가야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