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내 최초 고교 완전 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교장 김나옥) 경북학습관 학생들의 ‘북 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북 콘서트는 경북학습관 학생들이 1년 동안 찾은 삶의 비전과 꿈, 열정에 관해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벤자민 1년,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한 것을 기념으로 개최되었다.

학생들은 책 편집부터 이번 북 콘서트 기획, 진행, 공연까지 모두 담당했다. 서툴지만 진심 어린 학생들의 모습에 참석한 학부모와 멘토, 시민들은 감동의 박수와 환호를 아낌없이 보냈다. 이날 책 편집, 행사 총 진행, 사회를 맡은 경북 학습관 학생들을 인터뷰했다.

▲ 지난 20일 국내 최초 고교 완전 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의 꿈을 찾는 1년 이야기를 담은 '벤자민 1년, 나에게 주는 선물' 책 출판 기념 북 콘서트가 경북 포항에서 열렸다. <사진=황현정 기자>

책을 엮으며 리더십과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벤자민 1년, 나에게 주는 선물’ 책 편집장을 맡은 서효정 양(19세)은 책을 편집하며 리더십과 책임감이 길러졌다고 밝혔다. 평소 나서지 않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삶을 살았다는 효정 양에게 편집장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특별히 기획이나 편집능력, 글 쓰는 능력이 좋아서 편집장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어서 맡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정말 막막하고 후회도 했어요.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아이들을 잘 조율해가고 달래면서 ▲책 구성하기 ▲글 모으기 ▲글 다듬기 ▲책 디자인하기 등 과정을 거쳐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 '벤자민 1년, 나에게 주는 선물'의 편집장을 맡은 서효정 양 <사진=황현정 기자>

책 편집을 하며 효정 양은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 편집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고 편집장으로서 싫은 소리 할 때도 있었지만, 서로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며 끝까지 완성하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효정 양은 자신의 1년을 돌아보기도 했다.

“초반에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기에 걱정이 많았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거의 모든 분야의 멘토를 만나다가 나중에는 진짜 저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하게 되었지요.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니 제가 정말 적극적으로 바뀌었더라고요. 또 친구들의 글을 받아보면서도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글을 받아 읽어보며 제삼자의 눈에서 친구의 변화를 말해주기도 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효정 양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정해진 길 외에 다른 길도 많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고 전했다. 

“책을 엮으면서 저희가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경북 학습관 모든 친구가 크게 성장했거든요. 학교밖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많은 분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이번 북 콘서트의 총 진행을 담당한 김정인 양(19세)은 아직 총책임을 맡기 부담스러워하는 다른 친구들을 위해 스스로 총대를 메고 모든 기획과 홍보를 총괄하기로 했다. 북 콘서트를 준비하며 다투기도 하고 의논할 시간도 많지 않았지만, 중간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중재하며 아이들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했다. 

▲ 이번 북 콘섵의 총 진행을 담당한 김정인 양 <사진=황현정 기자>

정인 양이 담당한 일은 역할 분담과 상황 보고 정리, 프로그램 기획, 홍보 등 행사 전반적인 부분을 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무거운 자리라 힘들었지만, 행사를 진행하며 인내심과 책임감, 이해심이 길러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생겼어요. 평소에 심리 상담에도 관심이 많은데 이번 활동으로 친구들의 처지를 이해하며 제 흥미 분야에도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해주어서 무사히 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두에게 감사해요.”

정인 양은 북 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고 전했다. 

“자퇴한 청소년들에 대한 인식이 아직 좋지 않아요. 하지만, 청소년들도 자신이 선택해서 주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또한, 청소년들이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길 바라요. 모든 도전이 성공할 수는 없지만, 실패를 해봐야 다시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더불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심했던 제가 무대 앞에서 당당히 사회를 봅니다!

북 콘서트 사회를 맡은 최형규 군(18세)은 벤자민학교 입학 전 전화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조차 두려워서 못 할 만큼 소심했다. 그랬던 그가 벤자민학교 입학 후 다양한 상황에 부딪히고 도전하면서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자신감도 생겨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더는 두렵지 않다. 

▲ 이번 북 콘서트 사회를 맡은 최형규 군 <사진=황현정 기자>

“처음 보는 사회여서 긴장도 되고, 제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달라지니까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힘차게 해야 분위기가 살고 진행이 되니까 뭔가 중심이 된 것 같아 재밌었어요.”

형규 군은 책을 엮으면서 감정이 울컥 올라왔었다고 전했다.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쓰며 처음의 모습과 비교해 많이 성장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고 한다. 특히 부모님께 편지를 쓰며 철없는 아들인데도 1년 동안 응원과 지지를 해준 것이 감사하고 미안했다. 

▲ 최형규 군이 밝게 웃으며 북 콘서트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황현정 기자>

형규 군은 이번 북 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사회가 만든 틀이 아닌,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더 크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이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느라 수업 시간에 발표도 잘 못 하고 선생님 질문에 대답도 못 했거든요. 주변에도 자신의 꿈이 밝혀지면 친구들에게 혹시 놀림당할 까봐 부끄러워 숨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결국 꿈이 사라지기도 하지요. 그러지 말고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나 자신을 사랑하니까 꿈이 자연스레 생기더라고요. 지금 제 꿈은 과학자이고, 현재 목표는 인공지능 개발자가 되어서 모든 가정에 한 대씩 인공지능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