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말 교사들의 도심 집회가 한 달 넘게 이어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이기적이고 악의적인 민원으로 교육이 무너지는 현상을 체감하며 교육 붕괴를 염려하던 교사들이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이초 교사사건 이후 전국에서 교사들이 초등교육 커뮤니티 '인더스쿨'을 소통창으로 하여 도심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지난 7월 29일 2차 집회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달 18일 서이초 교사사건 이후 전국에서 교사들이 초등교육 커뮤니티 '인더스쿨'을 소통창으로 하여 도심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지난 7월 29일 2차 집회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일상에서 일어났지만,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심각한 교권 추락의 현실은 지난달 18일 서이초 23세 젊은 교사의 사망이 뇌관이 되어 터져 나오며 급부상했다. 그런데 교사들의 주장은 교사들의 인권, 생존권만이 아니다.

그들은 더 간절하게 대한민국 공교육의 정상화, 즉 학교를 무법지대에서 교육 안전지대로 만들기 위해 정부, 학교, 교사, 학부모 모두가 힘을 모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 교사들의 첫 집회부터 참여한 올해 29년 차 수석 교사로, 새내기 교사 멘토링을 하는 김진희 교사(서울 온곡초)는 “현장에서 겪는 교권 침해의 수준과 교사가 체감하는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이 땅의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대한민국의 모든 교사가 행복해질 때까지!”를 목표로, 1997년부터 학교 인성교육을 실천해 온 교사단체인 홍익교원연합 수석부회장로서 지난달 25일 이번 사태에 관련한 성명서를 공동 발의한 바 있다.

올해 교직 29년차 김진희 수석교사(홍익교원연합 부회장)는 새내기 교사 멘토링을 하고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올해 교직 29년차 김진희 수석교사(홍익교원연합 부회장)는 새내기 교사 멘토링을 하고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을 1~10 강도로 표현하자면?
- 현재 9입니다. 교사 생존권, 교권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번 사건 전부터 교사들 간에 교실 붕괴를 넘어 이대로 가다 우리 교육이 무너져 되돌릴 수 없을 수도 있겠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통상 단체행동에 잘 나서지 않는데 많은 교사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교사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자존감으로 버티는 직업군이라 할 수 있죠. 그것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고 핵심 가치인데 그게 무너진 겁니다. 집회에 참여한 교사 대부분 책임 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에요. 정말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보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느끼는 상실감은 더 큰 것입니다.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를 교사가 홀로 견디다가 병가를 내거나 명예롭지도 않은 명예퇴직을 했는데 후배 교사의 불행한 죽음 앞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겁니다.

서이초 교사 사건은 교육계에서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새내기 교사나 베테랑 교사나 모두가 맞닥뜨리는 현재의 일이죠. 그 상황이 내가 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나마 경력이 많은 교사는 매년 별의별 일을 겪으면서도 불구하고 교사를 신뢰하고 지지해준 학부모와 아이들, 동료 교사에 대한 기억이 훨씬 많아서 회복할 수 있는 것뿐입니다. 제 경우도 지지해줬던 학부모와 동료 교사, 합리적으로 판단해 준 관리자가 있어 버틸 수 있었죠. 서이초 선생님이 지원받고 격려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과 홀로 견디다 그런 선택을 했을 상황에 대해 선배 교사로서 가슴 아픕니다.

새내기 교사 멘토링을 하고 있다고
- 올해로 4년째입니다. 그동안 학교 현장이 힘들다고 많이 들었는데 올해에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교사가 좌절감을 느끼는 겁니다.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하면 민원을 받기 쉬우니 열정이 사그라들죠. 더 이상 선배 교사들이 젊은 교사에게 ‘최선을 다하자’, ‘열심히 하자’ 이렇게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교권 침해의 피해 고스란히 학생에게로, “교육의 미래를 위해, 자녀의 바른 교육을 위해 학부모가 나서주시길”

교권 침해로 인한 결과가 결국 학생에게 돌아갈 텐데
- 교권을 지켜달라는 것이 교사의 이익을 보호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교사에게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합니다. 교권이 보호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교육적인 문제, 교실 붕괴의 피해는 1차로 교사가 입겠지만, 나머지 여파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갈 것입니다. 한 교사가 인권침해의 피해를 당하였을 때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교사가 느끼는 좌절감, 교육책임에 대한 포기, 이런 것들이 만연하면 교육의 질은 분명히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교권 회복은 자녀가 올바른 교육을 받도록 학부모께서 나서주시길 진심으로 당부하고 싶습니다.

교사를 향한 많은 민원이 초등학생 ‘생활교육’에서 일어난다고
- 예전에는 생활교육의 절반이 가정에서 이루어졌죠.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부모가 맞벌이고 외자녀인 경우가 많아 예전 대가족 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생활교육이 다 학교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학교 밖에서 생활교육 받을만한 곳이 없는데 오히려 민원이 들어오니 어느 교사가 애써서 생활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교사의 교육적 양심은 수업만이 아니라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도록 하는 것인데 정당한 교육 활동에도 아동학대라고 민원이 들어올 수 있고 교사는 이에 대해 방어할 방법이 전혀 없으니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교사가 부담하는 생활교육의 몫이 커졌습니다
특히, 초등 1~2학년의 경우는 생활교육이 꼭 필요한 시기입니다. 옳고 그름도 가려줘야 하고 생활 훈련도 시켜야 하죠. 제 자리에 앉아 있는 것부터 글 쓰는 자세, 젓가락질까지도 지도해야 하죠. 그런 교육을 하려면 교사에게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해라, 하지 말아라’ 교사를 좌지우지하면 제대로 하기 힘들죠. 또, 교사가 권위를 잃었는데 아이가 그걸 보면서 교사의 말을 과연 들을까요?

과거에는 수업시수도 많고 사춘기를 맞아 힘든 고학년 담임을 기피했다면 지금은 민원이 월등하게 많은 1~2학년 담임을 힘겨워하게 된 상황입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학부모의 요구는 무엇인지
- 우리 아이는 건드리지 말고 수업만 하라는 경우가 있고, 더 나아가 “내 아이만 특별히 더 보살펴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자녀는 한 명이지만 교사 한 명당 25명~30명인데 감당할 수 없는 지나친 요구를 하고, 요구대로 응대하지 않으면 민원을 넣기도 하죠.

자기 아이를 ‘금쪽이’상담을 하는 오은영 선생님처럼 왜 해주지 못하느냐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사는 수십 명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담 과정처럼 부모의 지지를 받는 게 아니라 때로 방해와 반대를 뚫고 아이를 지도하고 교육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동안 후배교사 멘토링 활동을 하면서 교실 붕괴 현장을 경험하셨다고
- 5년 차 초등 1학년 교사 멘토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 반 27명 중 남자아이 중 10여 명이 문제행동을 일으켰어요. 서로가 문제행동을 부채질하는 상황이죠. 제가 갔을 때도 수업 중에 7~8명이 뛰쳐나가서 저와 교장, 교감 선생님까지 동원되어 한 명씩 찾아와 자리에 앉혀야 하는 상황이었죠.

교사가 좀 더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이유는 같은 학교에 비슷한 상황에서 민원이 들어와 담임 교체가 된 동료 교사를 보면서 이미 위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그만두거나 정신과 치료를 하지 않고 버텨준 것만도 대단한 것이라고 위로했지만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아침에 눈 뜨면 두근두근하고 지옥 같다고. 이번 사건이 나고 그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때 왜 좀 더 공감해주지 못했나 후회됩니다.

주요 안건으로 수업 방해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지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 교실에서 소리를 계속 지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며 수업을 방해해도 그동안 아동학대처벌법에 손발이 묶여 교사가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죠. 그런데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들여다보면 방임에 가까운 양육의 부재 상태이거나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득해서 아이 안이 이미 지옥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정서적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죠.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정서적 장애 아동이 늘고 있다는 것인데
- 많은 교사가 체감하는 문제인데 전에는 한 학년에 1~2명 내외였다면 이제는 반마다 2~3명 수준입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물론이고 분노조절장애가 매우 많아졌고, 권위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저항하는 반항 장애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교사가 학생이 가진 문제를 인식해서 학부모에게 아이에 대해 진찰과 치료를 권해도 “내 아이가 아니라 교사가 문제”라고 학부모 민원이 제기되기 십상이죠.

한 반에 1~2명이면 교사가 그나마 관리하는데 3명이 넘어가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교실이 난장판이 되기 일쑤입니다. 학교에서도 그런 성향의 아이가 한 반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데 1학년은 이전 상황을 모르니 대처하지 못하죠. 그래서 통상 베테랑 교사가 1~2학년을 맡는데 학교마다 제반 사정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요. 서이초 선생님도 마찬가지죠.
(2편 계속 “우리는 왜 아이를 교육하는가?” 이제 교육의 본질을 물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