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없는 방, 2023, 싱글 채널 비디오 설치,  3 min 30s. 이미지 TYA
문 없는 방, 2023, 싱글 채널 비디오 설치, 3 min 30s. 이미지 TYA

고코양 미디어 아티스트는 한국과 독일을 기반으로 3D 영상과 사운드 설치 작업을 한다. 그는 주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을 디지털 가상세계에 재현하고 그 사이의 차이를 포착하여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흐리는 동시에 통합하여 하나의 장소와 시간에 다양한 차원의 경험이 가능하게 한다.

서촌 TYA(티와이에이)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5길 28)는 3월 27일부터 4월 7일까지 고코양 작가의 개인전 《Doublethink》전을 열어 고코양 작가의 작업을 선보인다.《Doublethink》에서는 총 5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제목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등장한 개념인 ‘Doublethink’를 제목을 차용하였다. 이는 한 사람이 두 가지 상반된 신념을 동시에 가지며, 그 두 가지 신념을 모두 받아들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개념을 전시에서 고코양은 현실과 허구, 혹은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현대인의 이중력 능력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였다. 작가가 구축한 가상세계에서 관객은 새로운 가상인물들을 만나며, 이들을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분명해지는 순간을 오간다. 실존하지 않는 공간과 인물을 통해 현실에서의 욕구나 희망을 일시적으로 충족하고, 삶의 고단함을 덜어내지만 화면 앞에서 바라보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친애하는 일기,  2024,  디지털 프린트, 60×80 cm. 이미지 TYA
친애하는 일기, 2024, 디지털 프린트, 60×80 cm. 이미지 TYA

고코양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하얀 종이와 검은 화면에는 무한함이 있다.
나는 하얀 종이에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검은 화면 속에 입체적인 세상을 건설해 나간다.

그곳에는 육체가 주는 고통도, 삶이 주는 슬픔도, 결핍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더위나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반짝이게 빛나는 피부를 갖고
추醜를 알지 못한 채, 우리의 이상을 대신 추구해 나간다.

나는 대낮의 나체처럼 날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의 세계로 향한다.
그곳에는 물이 흐르고
이상적인 한 쌍의 커플이 있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공간이 있다.
평면이 주는 안락함이 없는 현실에 돌아와
무의식에서 우리는 만난다.”

친애하는 일기, 2024, 디지털 프린트, , 60×80 cm. 이미지 TYA
친애하는 일기, 2024, 디지털 프린트, , 60×80 cm. 이미지 TYA

고코양 작가의 작업에는 ‘물의 요소’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작가는 “이는 물이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며, 물의 유무는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인가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은 제가 구축한 가상세계에 생명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공간임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관객들이 전시에서 새로운 공간과 인물을 경험함으로써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인식하고 현실을 다시 한번 감각하기를 기대한다.

EXODUS, 2024, 싱글 채널 비디오, 6min. 이미지 TYA
EXODUS, 2024, 싱글 채널 비디오, 6min. 이미지 TYA

고코양 작가는 작업의 목표를 “작업에 등장하는 이상주의자를 중심으로 저의 감정과 욕구, 의문이나 이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을 것이다. 이로써 제 작업과 현실 사회의 더 많은 연결점을 찾아 나갈 것이다. 이것이 현실과 허구, 혹은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현대인들의 사고를 더욱 확장하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고코양 작가는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리빙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할레 국립조형예술대학교 Time Based Arts 석사(디플롬)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서촌 TYA(티와이에이)의 전시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