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동화나라 강이지똥 동상. 출처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권정생 동화나라 강이지똥 동상. 출처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동화 '강아지똥'은 더럽다고 비웃음을 받던 강아지똥이 민들레 싹을 틔우는 거름이 되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는 희망적인 동화입니다. 하지만 정말 강아지똥은 민들레 싹을 틔울 수 있는 거름이 될 수 있을까요?

동화의 영향 덕분인지 어떤 반려인들은 반려견의 배설물이 좋은 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하여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수거하지 않은 배설물로 인한 민원이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반려견의 배설물은 퇴비로 쓰기에 부적합합니다. 첫째, 반려견의 배설물은 산성도가 높아 퇴비로 쓸 경우 토양에 악양향을 끼칩니다. 대다수의 반려견은 고단백 사료를 먹기에 배설물의 산성도가 높습니다. 산성도가 높은 재료로 퇴비를 만들면 토양이 산성화되어 식물이 자라는데 필수적인 성분인 마그네슘(Mg) 등의 성분이 유실되고, 뿌리 생육에 악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강산성 환경에서는 미생물이 살기 어려워 분해도 쉽게 되지 않습니다.

둘째, 반려견의 배설물에는 대장균 등의 병원균과 기생충이 있어 인체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보건기초의학회에 2020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반려견의 배설물에는 대장균이 존재합니다. 대장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균이며 수질오염의 척도가 되는 균입니다. 또한,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장균 외에도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녹농균 등의 병원균도 일부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기생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위험입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일부 반려견의 배설물에는 개회충, 선충류, 개등포자충 등 인간과 반려견 모두에게 유해한 기생충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비가 오거나 배설물이 하천으로 흘러갈 경우, 우리가 마시는 물이 병원균과 기생충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변봉투를 챙기고 반려견과 산책하는 것은 펫티켓일 뿐 아니라 지구환경을 위한 습관. 사진 Pixabay 이미지.
배변봉투를 챙기고 반려견과 산책하는 것은 펫티켓일 뿐 아니라 지구환경을 위한 습관. 사진 Pixabay 이미지.

그렇다면 반려견 배설물을 잘 처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반려견과 산책할 때는 배변봉투를 항상 챙기고 배설물을 즉시 치워야 합니다. 최근에는 티슈와 함께 붙어있는 배변봉투나 향기나는 배변봉투도 있어 배설물을 치우기 더 편해졌습니다.

배설물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처리하는 방법이 가장 올바른 처리 방법입니다. 배설물을 변기에 버리는 반려인들도 있는데, 반려견의 배설물은 인간의 배설물보다 딱딱하고 돌이나 모래 등의 이물질이 같이 딸려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기에 버릴 경우 배관이 막히는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강아지똥에게는 미안하지만, 강아지똥은 거름이 아니라 수거해야 할 폐기물입니다. 반려인은 공공장소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때 지켜야할 펫티켓뿐 아니라 우리의 토양과 물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배설물을 수거하는 습관도 길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