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2013, Oil on canvas and mixed media, 185 x 350 x158cm Weight: 350kg. '트럭(Truck)'을 제목으로 하는 이 거대한 설치물은 트럭을 단순히 짐을 옮기는데 필요한 운송 수단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에 반발한다. 재해를 겪어낸 파손된 트럭의 파편과 가구들의 해괴한 조합은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인간세계 이면을 제시한다. 작가는 복원되고 변용된 트럭을 통해 기존의 사물의 의미를 뒤흔들며, 우리에게 인간 중심의 얕은 앎에서 벗어나라고 재촉한다. 사진 엄미술관
트럭, 2013, Oil on canvas and mixed media, 185 x 350 x158cm Weight: 350kg. '트럭(Truck)'을 제목으로 하는 이 거대한 설치물은 트럭을 단순히 짐을 옮기는데 필요한 운송 수단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에 반발한다. 재해를 겪어낸 파손된 트럭의 파편과 가구들의 해괴한 조합은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인간세계 이면을 제시한다. 작가는 복원되고 변용된 트럭을 통해 기존의 사물의 의미를 뒤흔들며, 우리에게 인간 중심의 얕은 앎에서 벗어나라고 재촉한다. 사진 엄미술관

일본 작가 아오노 후미아키(青野文昭, 1968~)는 일상적인 오브제의 예술화 과정을 통해 사물이 지닌 고유의 시간성을 파헤치며 사물에 내재한 일상, 감정, 기억 등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복원한다.

그는 1990년대부터 일관하여 ‘파괴’, ‘재생’, ‘순환’의 과정을 다루는 ‘복원(復原)’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아오노의 복원은 손상되기 이전의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즉 상처를 없애는 작업이 아니다. 빈 땅이나 해안 등에서 주워 온 폐기물의 파손된 파편에 고정, 연장, 붙이기 등의 기법을 적용하여 사물의 재생을 유도하는 복원이다. 가구나 자전거, 일용품 등 각기 다른 것을 접합·복원하는 과정에서 그것에 깃든 타인의 기억을 마주하고, 지식이나 상상력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그 기억을 드러내려 한다. 작가는 오래된 파편을 주웠을 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미지의 영역으로 가는 단서이다. 이처럼 작가는 파편화된 사물과 사라지거나 부서진 흔적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으며, ‘수리’라는 형태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살핀다. 작가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다.

배, 2023, boat body parts, chest of drawers, assorted woods, acrylic paint, 80 x 370 x 90cm Weight:150kg. 2013년 나고야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작품. 재해 구역 중 하나이 이시노마키 시에 버려진 폐선을 가져와 일상 가구인 테이블을 대용 소재로 사용해서 복원하였다. 테이블 끝에 커피잔을 올려 놓았고 이 테이블은 바다에서 흘러 들어온 것 같은 배로 변하고 있다. 이것은 망가진 삶을 재건하는 것과 닮아있다.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쓰나미의 아픈 과거를 안고 있는 상처 입은 테이블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쓰나미라는 절박한 현실에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내야’하는 걸까? 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가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만든 작품이다. 사진 엄미술관 이미지 엄미술관
배, 2023, boat body parts, chest of drawers, assorted woods, acrylic paint, 80 x 370 x 90cm Weight:150kg. 2013년 나고야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작품. 재해 구역 중 하나이 이시노마키 시에 버려진 폐선을 가져와 일상 가구인 테이블을 대용 소재로 사용해서 복원하였다. 테이블 끝에 커피잔을 올려 놓았고 이 테이블은 바다에서 흘러 들어온 것 같은 배로 변하고 있다. 이것은 망가진 삶을 재건하는 것과 닮아있다.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쓰나미의 아픈 과거를 안고 있는 상처 입은 테이블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쓰나미라는 절박한 현실에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내야’하는 걸까? 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가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만든 작품이다. 사진 엄미술관 이미지 엄미술관

엄미술관(관장 진희숙)은 4월 4일(목)부터 6월 8일(토)까지 아오노 후미아키의 개인전 《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를 개최한다.

2024년 엄미술관의 첫 전시 《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는 아라리오 갤러리 전시 《환생, 쓰나미의 기억, 2014. 4. 24 ~ 6.1》에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아오노 후미아키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아오노 후미아키의 이전 작업이 형태를 복원한 일상적 오브제의 예술화였다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예술적 치유의 의미를 더하였다. 2024년 한국에서 연 전시 주제가 주로 재난에 대한 회복과 상처의 치유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이다.

이번 엄미술관에서의 전시는 작가의 원래 주제로 돌아가 사물의 순환-수리-변용을 다룬다. 손상된 형태로 새로운 장소로 표류한 사물들은 아오노 후미아키의 작업을 통해 이전 생활에 대한 기억이나 상실의 흔적들을 관객에게 상기하게 하고 이로써 관객은 사물에 대한 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는 체험을 한다.

아오노 후미아키의 개인전《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전시 모습(일부). 사진 엄미술관
아오노 후미아키의 개인전《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전시 모습(일부). 사진 엄미술관

《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에서는 대표작인 <배(Ship, 2012)>, <트럭(Truck, 2013)>, <간판(Restoration of a Red Signboard Collected in Ishinomaki, 2013)>을 포함하여 ‘복원’의 주제를 다룬 기존 작품(설치 및 오브제 22점, 회화 23점)과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10점 내외)이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설치 작품 이외에도 빛바램, 부식, 얼룩 등 시간의 흔적과 복원의 흔적이 공존하는 평면 오브제, 콜라주를 활용한 사진 작업, 드로잉 등이 이번 전시에 포함된다.

엄미술관은 이번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작가와 함께하는 가족 대상 체험 프로그램 《마음 속 흔적들을 복원하기》(4월 6일)과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재탄생: Recycling》(5월 11일)을 진행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 물건에 대한 마음속 기억과 추억을 회상하고, 현대 사회의 기능 위주의 사물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공존·공생할 수 있는 사물의 역할을 탐색해 본다.

엄미술관장(경기 화성시 봉담읍 오궁길 37) 진희숙 관장은 “아오노 후미아키는 비교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일본 동시대 작가이다. 아오노의 전시를 통해 폐기물이 예술로 변모되는 과정을 접하면서 사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나아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또한 이번 전시 및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엄미술관이 화성시 지역사회의 문화 예술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오노 후미아키의 개인전《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포스터. 이미지 엄미술관
아오노 후미아키의 개인전《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포스터. 이미지 엄미술관